[306호]남북 노동자대회에 다녀와서

2001-05-16     언론노련
남북이 하나된 분단조국의 첫 노동절새로운 세기에 펼쳐지는 노동자 통일 통일운동에 대한 기대와 우려.지난 4월30일~5월2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북남) 노동자 5·1절 통일대회'에 참가한 느낌은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이 이끌어가는 통일운동에 대한 기대를 지니게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노총의 화합과 전진에 대한 우려를 안게 한다."조국통일, 조국통일." 21세기 첫 노동절(5월1일)인 2001년 5월1일 아침 9시30분. 금강산 온정리에 위치한 김정숙 휴양소 앞 대운동장은 이런 구호로 뒤덮였다. 대운동장 입구에서부터 길게 늘어선 북쪽 노동형제들이 남쪽에서 찾아간 민주노총·한국노총 방북단을 가슴으로 환영하고 있는 것이었다. 대운동장에 들어서는 남쪽 노동자들도 하나 같이 상기된 표정이었다.왜 아니 그렇겠는가. 그 자리는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한 노동자들이 만나는 자리 아닌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말이 있지만, 한반도에 드리운 분단의 철조망은 남북의 노동자가 하나되는 것을 질기게 가로막아왔다. 하지만 금강산을 뒤흔든 1200명의 남북 노동자의 함성은 그 철조망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대회 첫머리에 민주노총·한국노총·직총의 단장들도 대회사를 통해 "노동자들이 통일의 새 시대를 열자"고 입을 모았다.역사적인 자리인 데 비해 기념식 뒤 체육대회의 규모는 옛날 동네 체육대회 수준이었다. 하지만 '자주팀'과 '단합팀'으로 나뉜 남북 노동자는 '공 안고 이고 달리기'(공 두 개는 양손에 들고 하나를 머리 위에 올린 채 이어달리기) 등을 하면서 서로의 체취를 가깝게 접할 수 있었다.이번 대회는 이렇게 남북 노동자의 통일운동에 큰 이정표를 세운 반면, 민주노총에는 갈등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애초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장은 이규재 통일위원장의 방북이 불허되면 출국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으나, 300여명에 이르는 방북단은 이 지침을 어기고 북한에 간 꼴이 됐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상반된 평가가 들린다. 민주노총이 새로운 세기에 펼쳐지는 남북노동자 통일운동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들리는 이런 목소리부터 지혜롭게 정리해야 할 것이다. 김보근/전국언론노조 부위원장·한겨레신문 지부장/ 언론노보 306호(2001.5.16)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