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민실위]우리 신문의 외신 오용

2001-05-16     민실위
지난 8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진보주의자들로부터 공격받고 있는 한국의 보수계 신문들(South Korea's Conservative Press Takes Heat From the Liberals)'이란 제하의 뉴욕타임스 7일자 기사를 소개하며 각각 `조선 등 3대신문 정부서 집중공격', "DJ 실정 비판 3대신문 국세청-공정위서 공격"이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중앙일보와 한겨레는 "정부와 신문간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now a new battle is under way between the government and the press)"는 본문 내용에 가깝게 각각 "한국, 정부-빅3신문 전쟁중"과 "한국정부 보수언론과 전쟁중"이라는 제목을 뽑았다.조선과 동아는 원문에도 없는 내용을 제목으로 내세워 독자의 오해를 부추겼다. 특히 조선은 큰 제목에 인용부호도 표시하지 않아 사실보도로 여기게 만들려 했다는 의혹을 샀다. 또한 조선ㆍ중앙ㆍ동아는 `급속히', `온갖', `기필코', `집중적인' 등 원문에 없는 부사를 자의적으로 넣어 의미를 부풀리는가 하면 일부의 의견을 다수의 견해나 뉴욕타임스의 분석인 것처럼 바꿔치기하기도 했다.한겨레는 비교적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했으나 유재천 한림대 교수의 발언은 빼고 정연주 자사 논설주간의 말만 인용했다.언론관련 논의에 많은 관심을 보여온 연합뉴스와 대한매일은 뉴욕타임스의 기사 게재 사실은 보도하지 않은 채 이틀 뒤 국정홍보처의 반박 사실만 소개해 균형을 잃었다. 반대로 조선ㆍ중앙ㆍ동아는 국정홍보처의 반론을 싣지 않았다. 올해 들어 언론개혁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한국 언론과 관련된 외국의 기사나 보고서를 인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신문들이 자사에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 소개하는 것은 물론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사례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미 국무부 인권보고서를 비롯해 국제언론인협회(IPI), 국경없는 기자회(RSF), 프리덤하우스 등의 성명이나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왜곡보도 논란이 불거져나온 배경에는 자사이기주의의 심화와 함께 독자들이 직접 원문을 확인하기 힘들다는 점을 악용한 신문사의 오만한 태도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원로언론인 정경희씨는 미디어오늘의 칼럼을 통해 서방 언론단체의 오만하고 무지함을 거듭 비판한 바 있다. 실제로 이들의 보고서나 기사를 보면 '과연 한국의 언론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 것인가'라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최고의 권위지로 평가받는 뉴욕타임스도 한겨레가 창간되기도 전인 8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를 지지했다고 쓰는가 하면 세무조사 기간 연장도 3대지에 대해서만 이뤄진 것처럼 보도하는 오류를 저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신력있는 분석이나 평가인 것처럼 앞다투어 인용하고 심지어는 입맛에 맞게 발췌, 첨삭하는 것은 언론탄압의 부당성을 널리 알리기보다는 오히려 언론개혁의 당위성을 스스로 드러내는 일 아닐까. / 언론노보 306호(2001.5.16)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