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민실위]언론사 탈세 및 부당내부거래 신문보도
2001-07-03 민실위
지난 21일과 22일자 언론사의 탈세 및 부당내부거래 관련 보도를 보면 객관적인 사실을 놓고도 얼마나 시각이 달라질 수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10개 중앙일간지가 10가지의 색깔을 내기는 했지만 이를 굳이 분류하면 조선-동아-중앙을 중심으로 한 ‘사상 최대 세금론’과 한겨레-대한매일-경향을 중심으로 한 ‘엄정 처리론’ 두 가지로 나뉜다. 조선은 21일자 1면 머릿기사 부제에서 ‘국세청, 단일업종 사상 최대 세금 부과’라고 제목을 달았다. 3면 해설기사 제목도 ‘사상 최대 규모 언론사 세금 추징’이다. 나아가 조선은 이날자 사설 제목도 ‘언론사 세금 추징 사상 최대’로 뽑았다. 하루치 신문에서 단어의 앞뒤만 바꾼 같은 제목이 세번이나 등장한 것이다. 조선이 이같은 무리수(?)를 둔 이유는 ‘단일업종에서 세금 추징이 사상 최대로 나온 것은 언론사가 부패한 것이라 아니라 국세청이 정치적 의도에서 부풀리기로 세금을 추징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동아의 21일자 3면 기사 및 사설 제목도 ‘단일 업종으로는 사상 최다 세액’과 ‘사상 최대 세금 추징의 앞과 뒤’로 조선과 별 차이가 없다. 중앙은 22일자 공정위 과징금 부과와 관련,‘중기급(중소기업급) 언론에 재벌급 과징금’이란 제목을 달았다. 중소기업급 언론에 재벌에 준하는 과징금이 부과된 것은 역시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논조다. 반면 한겨레는 21일자 사설 ‘언론사 범법 엄정 단죄해야’를 시작으로 ‘언론사 범법 정치쟁점화 안된다’(22일),‘언론학자들의 신문개혁 촉구’(23일),‘족벌언론의 부끄러운 태도’(25일)라는 사설을 통해 연일 언론사의 부도덕성을 질타했다. 단일업종에서 사상 최대의 탈세액이 부과될 만큼 언론사는 가장 부패한 단일업종이라는 논조다. 대한매일도 ‘탈법언론 고발 미루지 마라’(22일),‘부끄러움 모르는 탈법 언론’(23일) 등의 사설을 통해 언론사 탈세가 정치쟁점화 되거나 흥정이 돼서는 안된다는 논지를 폈다. 한국-경향-세계도 각각 21일자 사설 ‘부끄러운 언론 현실’‘언론사 세무조사 처리 엄정해야’‘언론 자정의 계기로’를 통해 현재의 언론 현실을 인정하고 거듭 태어나는 계기로 삼자고 주장했다. 한편 문화와 국민은 두 부류를 벗어난 논조를 펴 눈길을 끌었다. 문화는 21일자 사설 ‘언론세무조사, 당위와 파장’과 25일자 1면 ‘언론사 탈세 옥석을 구분해야’를 통해 비록 언론사의 세금탈루가 많다고 하더라도 단순탈루와 고의적인 탈세는 구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은 ‘정부, 언론 이성적 대응을’이라는 21일자 사설에서 탈세액이 사상 최대인 것과 사주고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는 전제하에 ‘언론사는 부당한 점은 적법절차에 따라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정부도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물론 한 가지 사실에 대해 언론사가 다른 입장이나 논조를 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보도 당시처럼 각 언론사가 구체적인 탈세방법과 탈루액을 통보받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사의 탈세에 대해 반성하거나 아니면 국세청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국세청의 추징액수에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한 일부 언론은 이를 지적하려다가 오히려 자사 보도의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