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호]영화 이야기-캐스트 어웨이

2001-07-25     언론노련
일벌제 주인공 남자의무인도 표류기어떻게 살아야표류하지 않고 가치있는 삶을살수 있을지를 묻는 영화'캐스트 어웨이'(Cast Away)는 제목 그대로 한 남자의 표류기를 그린 영화다.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표류, 4년여만에 귀향하는 한 남자의 기적적인 삶과 가슴아픈 사랑을 담고 있다. 표류는 직접적으로 주인공이 무인도에서 치른 것을 말한다. 인생의 진정한 가치에 눈뜨기 전까지 주인공이 걸어온 인생의 표류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유명 택배회사 중간간부. 그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믿는 지독한 일꾼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애인과의 데이트를 뒤로 미루고 회사 전용기로 외국 출장 길에 오른 그는 이상기류를 만나면서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 상당 시간이 주인공의 무인도에서의 생활을 보여주는 데 할애돼 있다. 곧 구출될 것이라는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면서 주어진 생활에 적응해 가는 주인공의 일상이 배꼽을 잡게 하고, 한편으로는 처참하고 애처로워 눈물을 찍게 만든다. 직업정신이 투철한 그는 표류생활이 길어지면서 섬으로 떠내려온, 그 동안 보관해 왔던 택배물건을 결국 뜯어보게 된다. 이때 나오는 내용물이 실망스럽다. 그런데 대충 설정된 게 아니다. 다 의미가 있다. 이 영화는 톰 행크스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 시나리오는 두 원시연구가와 시나리오작가가 남태평양의 한 무인도에서 2개월 동안 생활하면서 완성했다. 실제로 표류된 거나 다름없이 최소한의 물건만 갖추고 생활, 체험담을 시나리오 개작에 첨가했다. 주인공이 뜯어본 택배물건은 이런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내용물은 비디오테이프·이혼합의서·배구공·스케이트·드레스 등이다. 비디오테이프는 훗날 뗏목을 만들 때 노끈으로 쓰인다. 얼룩얼룩한 축구공이 아닌 흰색 배구공은 사람의 얼굴이 그려진 뒤 주인공의 대화 상대가 된다. 애인의 사진이 든 회중시계와 함께 주인공의 외롭고 힘겨운 삶을 지탱해 주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스케이트는 칼 거울 도끼, 그리고 치통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이빨을 빼주는 기구로 활용된다. 드레스의 망사는 고기잡이 때 그물로 사용된다.주인공이 엄청난 파도와 싸운 끝에 무인도를 벗어나는 장면은 장대한 볼거리 가운데 하나이다. 대자연과 인간의 사투를 담아낸 스펙터클한 영상이 시선을 사로잡고 마음을 졸이게 만든다. 재난·코미디·모험을 거쳐 이 영화는 또 원시와 현대 문명사회를 대비해 보여준다. 섬에서 주인공은 나무와 나무를 비벼 불을 피우느라 손에 부상을 입는다. 음식을 구하는 것도 마찬가지. 귀향한 뒤 주인공이 대하는 음식, 라이터와 불, 형광등의 스위치 등은 평소 우리가 무심코 이용하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는 막바지에 최루성 드라마로 선회한다. 주인공의 애인은 기다리다 지쳐 결혼했고 아이까지 있다. 둘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파 한다. 사랑하는 감정조차 숨길 수 없어 둘은 빗속에서 뜨겁게 입을 맞춘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주인공이 황량한 벌판의 4거리에 서 있는 장면으로 구성돼 있다. 이 장면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선택해야 하는 수많은 길을 상징한다. 이 길로 가면 어떻게 되고, 저 길로 가면 어떻게 되는지, 어떻게 살아야 표류하지 않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상영시간이 143분으로 톰 행크스의 모노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출연에 앞서 몸무게를 약 23㎏ 감량했다. '필라델피아' '포레스트 검프'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과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힐 만하다.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언론노보 309호(2001. 7. 25)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