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호]한국일보 기자는 방관자인가 총파업투쟁에 즉각 동참하라
2001-07-25 언론노련
한국일보 파업에 침묵하는 한국일보 기자들의 태도는 정당한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 지부가 지난 6일과 11일 단계적 파업을 거쳐 20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고, 사측은 언론사상 초유의 직장폐쇄를 단행한 긴박했던 20여일. 기자들은 여전히 방관자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봄바람처럼 살랑거리는 연봉제의 향기, 1인당 평균 연봉 1천만원이 오르는 특혜를 온 몸으로 안으며, 노조실에 탈퇴서 260장을 쌓아놓고 바람보다 먼저 떠나버린 기자들.그들은 한국일보 기자협의회보 '소식'(4호)을 통해 이런 소식을 전하고 있다. '92년 파업 당시 몇 페이지 되지 않는 신문이 나왔을 때 들었던 열패감을 기억해보자. 이런 상황에서 파업은 공멸의 길이며, …노조도 얻어낼 것은 얻어내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자세로 회사측과 접점을 찾아주기 바란다.' '소식' 5호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편집국 기자들이 신분상으로는 노동자임에도 노조의 파업을 우려 섞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노조는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 하고 사측은 회장이 직접협상에 임하는 성의를 보여주기 바란다.' 낯익은 표현들이다. 마치 사설을 읽는 것처럼, 족벌신문이 민주노총 산하 어느 사업장의 파업에 융단폭격식 스트레이트 보도를 내보낸 직후, 한번은 어르듯이 뒤따르는 마무리용 사설과 너무 흡사하지 않은가.한국일보 노조는 1987년 10월29일 이 땅에 언론노동운동의 이정표를 세웠으며, 40여개 언론사 노조가 잇따라 출범하는 기폭제가 되었으며, 이듬해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창립의 시금석이 되었다. '한국일보사 사원 58명은 29일 상오 8시에 종로2가 YMCA회관 2층 친교실에서 노동조합 창립총회를 갖고 위원장에 최해운 기자를 선출했다'고 한국일보 노보 창간호는 적고 있다. 한때 조합원 700명을 넘어섰던 한국일보 노조는 지난해 분사와 탈퇴의 시련기를 거쳐 현재 윤전 조합원을 주축으로 283명이 남아있다.그러나 한국일보 노조는 살아있다. 지난 20일 3차파업 1시간 전에 임대호 지부위원장이 파업결정을 내리자 창원을 제외한 3개공장 노조원 2백여명이 정시 집결했으며, 23일 직장폐쇄 규탄대회에는 창원까지 전조합원이 일사분란 하게 합류하는 강철대오를 보여줬다. 임 위원장은 이날 "장씨 일가의 유학경비, 근무하지 않은 장씨 일가의 봉급, 그리고 생활비까지 회사 돈에서 빼내 쓰고, 부채가 4천3백억에 이르는 한국일보의 유일한 희망은 장씨 일가의 즉각 퇴진뿐이다"고 지적하고 전사원, 특히 편집국 기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한국일보 상황은 불법 대체근로까지 투입되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으며, 미봉책으로 땜질할 단계가 지났다. 기자들의 주장대로 '얻어내고 양보하고 접점을 찾아야 하는' 때를 넘어버린 것이다. 노조가 장씨 일가의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그들이 더 이상 신문사를 경영할 능력도, 언론인으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도덕성도 상실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일보 기자들은 동참해야 한다. 지금은 긴박한 상황이며 방관자적 자세에서 떨쳐 일어나 언론노동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할 때다. 과연 이 땅에 행동하지 않은 성취가 있었던가를 돌아보면 오늘 기자들이 취해야 할 태도는 너무나 분명하다. 한국일보 기자들의 침묵은 비겁하고 부당하다./ 언론노보 309호(2001.7.25)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