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호]한국일보 비노조원 특혜유혹 떨치고 파업대오 속속 동참
2001-08-16 언론노련
"퇴약볕 투쟁 선배들 모른척 할 수 없었어요""파업 뒤 회사가 올려준 야근비를 받고 밤새도록 울었어요. 선배들 밖에서 고생하며 월급 깎이는데 에어컨바람 쐬며 모른채 할 수 없었지요"지난달 27일 전산제작국 촉탁계약직 동료 9명과 함께 조합에 들어온 입사 13년차 맏언니 이범숙 씨(33)가 밝힌 노조가입 이유다. 결혼한지 이제 두달이 지난 새댁 구현희 씨(29), 전산제작국 막내조합원 신정은 씨(22)도 이번에 함께 가입원서를 냈다.전산제작국과 차장급 사원 등의 조합가입이 잇따르면서 파업시작 당시 283명이었던 한국일보 조합원 수는 317명으로 급증했다. 전산제작국 제작부 총원은 약 60여명, 평소 6명씩 6개조로 일을 하던 이 부서는 대대적인 조합가입으로 현재 2-3명이 한조를 이뤄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하루 파업일정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바로 잠들게 되요. 아침에 눈뜨면 다시 집결장소로 나가지요. 그래도 선배들과 함께 행동하니 힘든줄 모르겠고 마음도 편합니다" 이 씨는 4살박이 딸아이를 둔 어머니다. 야근이 많은 업무특성상 아이를 지금까지 친정에 맡겨놓고 있다. 88년 촉탁직 사원으로 입사한 뒤, 1년 단위로 고용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불안한 신분 때문에 노동법에 보장된 출산휴가마저 30일을 채 받지 못했었다.이들의 조합가입이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구 씨는 평소 3천원이 지급되던 야근교통비가 노조 파업돌입 이후 갑자기 6천원으로 인상됐을 때, 심한 자괴감에 시달려야 했다. 조합원들이 무노무임으로 봉급이 깎였다는 소식도 들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특별대우 해주겠다'는 유혹 등 많은 가입방해공작도 있었다. '조합 가입은 불법이다'는 등의 악선전과 협박도 많았다. 그러나 "부장들과 함께 하기보다는 선배들과 함께 싸우고 싶었다"고 이 씨는 말했다.이들은 "그간 노조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해 가입을 미뤄왔다"면서 "파업을 계기로 다른 동료들도 곧 조합의 싸움에 동참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파업투쟁을 함께하며 신입조합원들은 '언론의 존재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됐다. "파업을 한다니까 남자친구가 자랑스럽다고 말해주더라"며 환하게 웃는 신 씨. 신 씨는 "신문사가 직장폐쇄를 했는데도 뉴스에 우리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신 씨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언론사에 종사한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했고, 진정한 언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파업 27일, 신입조합원들은 한판 싸움을 거치며 조금씩 다시 태어나고 있다./ 언론노보 310호(2001.8.15)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