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호]언론개혁시리즈11-다시 '정간법' 개정운동이다

2001-08-29     언론노련
▲곪아터진 언론사 기업경영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몇몇 언론사 사주들을 비롯한 언론사 기업경영. 관리자들이 탈세·횡령 혐의로 구속·입건되어 무더기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이러한 사태는 한국언론사에 또하나의 부끄러운 얼룩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 망신이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보면 한국언론기업들이 세금문제로 법정에 까지 가게된 것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된다"는 속담이 있다. 언론사 기업경영이 꼭 그런 꼴이 되었다.언론사라고 해서 처음부터 '탈세'를 작심하고 했겠는가? 처음에는 업무미숙으로, 착오로, 또는 약간의 절세를 위한 편법으로 낼 세금을 적게 내는 경우가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언론권력'이라는 위세에 눈치를 보게된 일선 세무행정이 조금씩 눈감아 주고 덮어두다 보니 언론사주와 언론사 경영 관리자들의 간을 키워서 마침내는 해를 거듭할수록 절세가 탈세가 되고 탈세가 '관행'이 된 것 아니겠는가?더구나 이같은 현상은 언론사들에 대해서만 유독 정기세무조사에서 '면죄부'를 준 역대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관행'이 무슨 '철칙'처럼 되어 버렸다. 조그만 종기가 덧나고 커져서 마침내 수술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썩고 곪아 터져버린 꼴이다.특권은 그것을 누릴때는 달콤하고 신나는 사탕같지만, 그 특권이 끝날 때는 수십 배로 쓰디쓴 독으로 화한다는 것을 한국의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이번 기회에 깊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한국언론 무엇이 문제인가?많은 사람들이 이번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언론개혁'과 연관지어 생각하는데 그것은 그야말로 착각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현재 있는 법을 적용한 것이지 어떤 법이나 제도를 고치자는 개혁운동이 아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이 법을 언론기업들에게만 적용하지 않은 것은 역대 정권의 직무유기였을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의 '언론개혁'과제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리고 언론계와 시민사회는 언론개혁이라는 본연의 과제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여·야의 정쟁으로 만들면서 '언론개혁'의 본질을 흐려놓은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을 가라앉히는 몫조차 우리 시민사회와 언론계의 임무이다. 그렇다면 한국언론 무엇이 문제인가 ? 우리는 언론개혁을 통해 한국언론이 어떻게 다시 태어나기를 원하는가 ?필자의 견해는 이렇다. 첫째, 한국언론에서는 사람사는 냄새를 느낄 수 없다. 특히 국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서민대중들의 삶의 모습과 호흡, 체취와 한국언론이 멀어진 지는 너무나 오래이다. 정쟁만 있고 정치는 없는 '정치면 기사', 증권시세표와 그를 둘러싼 소식 일변도의 '경제면 기사', 연예, 오락, 스포츠, 레저, 관광에 이르는 투기성 소비성 향락성 위주의 '사회·문화면 기사'.이러한 뉴스와 정보들만 매일 홍수처럼 접하게 되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계속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둘째, 1980년대에 유행했던 용어를 빌리자면 한국언론은 어찌된 셈인지 '카더라 통신' '유비(유언비어)신문'화 하고 있다. 저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때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사건들이 입에서 입으로 구전된 것이 이른바 '카더라 통신', '유비신문'이다. 말하자면 진실과 풍문이 뒤섞여 삽시간에 퍼지는 스토리들을 과연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도 없었다.믿거나 말거나. 그것은 듣는 사람들의 몫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언론이 '카더라'와 '유비'의 전달자처럼 추락해가고 있는 현실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한국의 언론인들은 진실로 "진실을 캘 능력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진실을 캘 의지가 없는 것인가"셋째 급격한 정파지(政派紙)화 현상이다.한국언론은 가뜩이나 지역분할로 전근대성을 띤 한국정치판에서 점점 더 어느 특정 정치세력과 밀착해가는 파당적 색채를 짙게하고 있다.이러한 현상은 한국언론 전반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독재시대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그래도 바뀐 것이 있다면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의 가능성이다. 그래서 한국언론들은 현 집권 세력이거나 아니면 다음의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는 정파이거나 그 어느 한쪽과 '권언유착'을 하려는 경향성을 띠고 있다.심지어는 그들이 유착하고자 하는 특정정파의 '킹 메이커'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기도 한다. 한마디로 권력이나 예비권력과 돈독한 관계를 맺지 않으면 불안해서 잠을 못 잔다는 식이다.▲ 다시 '정간법' 개정운동이다.한국언론은 이제 거듭 태어나야 한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시민사회에서 진정한 주인이어야 하고 또 이제 진정한 주인이 되고자 깨어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품으로 한국언론이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한국의 정치가 어떠한 지, 경제가 어떠한지, 교육, 문화, 교통, 주택, 환경문제들이 어떠한지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 있어 한국언론이 정치권이나 재벌, 사학족벌 등등 그 분야를 지배하는 세력이나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그 수용자, 소비자들인 국민의 편에 서서 사물을 보고 전달하고 비판하고 감시하는 역할 전환을 의미한다.그것은 당연히 한국언론이 이제는 정파지에서 정론지(正論紙)로 거듭 태어나야 함도 포함되어 있다.민주적 시민사회에 있어 건강한 언론은 권력과의 유착이 아니라 권력과의 일정한 긴장, 갈등을 요구한다. 그 긴장이나 갈등을 두려워하거나 아니면 또다른 정파와의 유착을 위해서 현존권력과의 긴장, 갈등을 의도적으로 증폭시키고 실체적 진실까지 은폐 또는 왜곡시키는 것은 그 어느 것이나 위험하며 자칫 민주주의 자체를 위기에 몰아넣을 가능성까지 야기시킨다.알게 모르게 민주사회를 향해 정신적 성장을 해가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이제 시민사회의 일원이기를 거부하거나 시민사회 위에 또하나의 '권력'으로 군림하려는 어떠한 언론에 대해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한국언론이 강조하고 있는 개혁과제는 너무나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신문개혁', 그 중에서도 '정기간행물 등록에 관한 법률' 개정을 언론개혁의 제1 순위로 놓고 있는 것은 한국언론의 전근대성, 반민주성의 정점에 수십년간 한국의 낡은 언론을 지배해온 족벌언론체제가 자리잡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이 낡은 족쇄를 국민들의 힘으로 풀어버렸을 때가 한국언론이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자리잡게 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올 정기국회가 끝나는 금년 12월 말까지 언론노조를 비롯한 현역 언론인들 모두가 범국민적 신문개혁운동에 함께 할 것을 기원한다.성유보 신문개혁국민행동 본부장/ 언론노보 311호(2001.8.29)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