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호]생활 속에서

2001-08-29     언론노련
/오상준/ 국제신문 기획특집팀 기자내 얼굴이 시커멓다고 놀리는 직장 동료들이 있다. 지난 5월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게재되는 <섬>시리즈를 위해 수시로 남해안 섬 출장을 가기 때문이다. 한번 출장에 4박5일의 일정으로 섬 3곳을 간다. 일주일 가량 회사를 비운 뒤 돌아오면 주위에서는 출장 아닌 휴가(?)라는 부러움을 산다. 회는 많이 먹었는지, 총각인 탓에 섬 처녀와의 인연은 없었는지...아쉽게도 회 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고 아가씨를 만날 기회는 더더구나 없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낭만적인 섬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획의도가 기존 관광지 소개에서 탈피해 섬 사람들의 애환 등을 담는 것이어서 제주도 거제도 등 관광지로 알려진 큰 섬은 취재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한몫 했을 것이다. 내가 찾은 조그만 섬에는 노인들만 남아 있었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난 것이다. 고기는 씨가 말라 잡히지 않는 데다 교육과 생활여건도 불편해서라고. 노인들은 뱃일을 못하고 해초나 조개를 캐고 밭농사를 지어 근근히 생계를 꾸리고 있었다. 낭만은 커녕 삶의 고단함이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그러나 섬 노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인생은 파도와 같지라. 내려갈 때가 있으면 올라갈 때도 있는 법이지." 전남 여수시 사도에서 사는 장채섭(83) 할아버지가 던진 말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삶의 태도를 읽을 수 있었다. 섬 출장은 노인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어 회가 없어도 늘 즐겁다.최근 찾았던 전남 완도군 덕우도는 퍽 인상적이다. 다른 섬과 달리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섬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전복양식에 성공해 가난한 섬에서 부자섬으로 변했기 때문. 하지만 노인과 아낙할 것 없이 땡볕에도 바다에 나가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다. 그들의 '우직함'속에서 뭔가가 있음을...언론 구조조정과 언론 개혁의 소용돌이속에서 방향감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들. 섬 노인들의 구릿빛 얼굴에서 희망을 낚는 법을 배워야하지 않을까./ 언론노보 311호(2001.8.29)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