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호]지리산 공정보도 수련회에 다녀와서
2001-09-12 언론노련
노동자 농민에 적대적인 우리 언론언론노조는 지난달 31일부터 3일간 전국 신문·방송사 공보위 및 민실위 간사 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지리산 자연휴양림 수련원에서 '공정보도 실현을 위한 전국언론노동자 수련회'를 개최했다.수련회에서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과 전국농민회총연합회 강병기 사무처장은 노동·농민 보도의 문제점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발표했고, 이정호 언론노조 정책부장은 '노동관련 보도에서의 올바른 용어사용'을 주제로 교육을 진행했다.이어 참석자들은 박준성 외대 교수의 '공정보도 활동을 위한 언론노조의 바람직한 역할'을 주제로 한 강의를 들은 뒤 자유토론을 끝으로 토론회 일정을 마쳤다. 토론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은 지리산 등반 행사를 가졌다. 수련회에 참석했던 김홍국 문화일보 공보위 간사의 글을 싣는다.지난 8월31일 민족영산인 지리산 휴양림에는 전국의 신문 공보위 및 방송 민실위 간사 50여명이 속속 몰려들었다. 언론노조 주최로 2박3일 동안 실시된 '공정보도 실현을 위한 전국언론노동자 수련회'에 참가하기 위해 집결한 이들의 열기는 휴화산처럼 잠들어있던 지리산의 야성을 일깨우며 시종 뜨거운 열기속에 진행됐다. 지난 7월 신임 집행부 출범 이후 공정보도 활동에 주력해온 문화일보 노조에서도 타사 및 전국 언론계와의 공보위 활동에 대한 교류와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을 위해 적극 참여키로 하고 수련회에 동참했다.이번 수련회에서 주로 다뤄진 문제는 총파업 등 현장보도와 관련, 그동안 왜곡돼왔거나 자칫 불공정보도로 왜곡될 수 있는 사례들과 언론 보도태도. 특히 노동계를 대표한 민노총과 농민계를 대표한 전농이 취재원의 입장에서 한 발제는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민노총에서는 지난 6월12일 노동계의 연대파업에 대한 언론보도가 마치 노동계를 섬멸하려는 듯한 대적(對敵) 보도 양상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연례행사로 실시돼온 연대파업에 대해 언론들이 마치 사전에 동시 작전전략이라도 수립한 듯 '분열-고립-섬멸'로 정형화된 3단계 보도로 노동계를 적대시했다는 지적이었다. 파업에 대해 단골차림표인 '시민불편론', '경제악영향론' 등을 들어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했고, 노동계 내부에 암투가 있는 듯한 '추측보도'로 노동계에 대한 '불신 심기'에 주력했다는 것. 특히 언론개혁의 주 대상으로 국민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일부 보수언론은 외국인들의 시각으로 노동계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판을 하는 등 기존 공격방식에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경향까지 드러내면서 노동계에 대한 진압작전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노동계에서는 "통계자료까지 조작한 보수언론들의 '불량제품' 제작으로 인해 노사가 공존하는 '상생(相生)보도'가 아닌 '군사작전식 진압보도'만이 주류를 이뤘다"는 비판을 내놓았다.현장에 가지 않은 기자들이 보도자료에 의존해 회사측이나 정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베끼는 불성실 보도가 많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동운동에 대한 기본지식이 부족해 오보를 양산하고, 노동운동을 사시(斜視)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관례적으로 노동계를 흠집내는 사례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도 지적됐다.농민 관련 보도에 대한 소외감과 불만도 마찬가지. 현장 농민들의 좌절감은 아랑곳하지 않고 농촌문제나 농민단체들의 보도자료나 이의 제기를 단 한 줄도 취급하지 않는 언론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있다는 농민단체의 울분과 불만도 터져나왔다. 이어진 '공정보도 활동을 위한 언론노조의 바람직한 역할', '각 언론사 공정보도활동 공유를 위한 좌담' 등에서는 향후 언론보도 활동에 있어서 바람직한 취재 및 보도태도도 대한 다양한 의견교류가 있었다. 본인은 수련회 뒤 회사에 복귀해 이처럼 의미 있는 토론내용에 대해 보고한 뒤 향후 노조 공보위 활동 및 현장취재 활동에 이번 토론내용을 적극 반영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수련회에서 남는 아쉬움이라면 공정보도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하는 한편 내부적인 성찰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었던 이번 행사에 상당수 중앙 언론사가 불참, 의견을 교환하고 상호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이 전체 언론으로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일 것이다.김홍국 <문화일보 노동조합 공보위 간사>/ 언론노보 312호(2001.9.12)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