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 2021-01-11 17:35:44
정치 지망생과 언론장악 부역자들의
5기 방심위원 하마평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 후보자들의 하마평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보장을 위해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방심위원 자리를 정치 지망생들의 놀이터로 삼으려는 야당은 물론, 과거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부역자들을 추천하겠다는 여당 역시 과연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작년 9월 21대 총선 공천심사에서 탈락했던 황성욱 변호사를 보궐 방심위원으로 추천했던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역시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폴리페서와 당직자 출신을 추천하려는 모양이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고 19대, 20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한 번은 공천 탈락, 한 번은 본선 탈락했던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폴리페서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이명박 퇴임 후 극우매체 데일리안의 대표이사로 변신했다가 박근혜 정부에서도 정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새누리당 원외 대변인으로 정치권의 문을 다시 두드렸던 불굴의 정치 지망생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에서 추천이 거론되는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은 1995년 20대의 나이에 민자당 당직자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 2020년까지 25년이나 평생을 당직자로 살아온 인물이다. 수차례 출마를 시도하였으나 공천심사의 벽조차 넘지 못한 그의 정치인생은 “황교안 당대표의 측근”으로 마침표를 찍는 줄 알았으나, 마침내 5기 방심위원으로 추천되는 보은인사의 행운을 거머쥐려 하고 있다. 현직 황성욱 상임위원과 함께 이들 정치 지망생 3총사가 방심위원 직에 임명된다면 오로지 추천권자인 국민의힘에 충성하는 심의에 임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시나리오다.
더불어민주당 언저리에서 흘러나오는 하마평 역시 실망을 넘어 귀를 의심케 하는 지경이다. 2010년 김재철 사장 시절 MBC 보도국장의 자리에 오른 이장석 씨는 국정원이 2010년 3월 2일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에 따라 진행된 인사와 프로그램 폐지, 노조 탄압에 협조를 해왔다고 MBC 사내에서 비판을 받아온 인물이다. 이명박과 박근혜 임기 내내 정권의 방송장악에 앞장서 승승장구하며 목포MBC 사장으로 영전하기까지 한 인물을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장석 씨가 보도국장 재임 시절 MBC 보도를 청와대의 홍보도구로 전락시켰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대전고 후배라는 이유로 하마평에 오른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박병석 의장은 직접 해명하고 사과해야 마땅하다. 학연과 개인적 인맥에 근거해 정실인사를 고집한다면 박병석 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은 감당할 수 없는 비난에 직면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천할 것으로는 차마 믿을 수 없는 또 다른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KBS 보도본부장과 KBS비즈니스 사장을 역임한 강선규 씨는 2017년 언론노조가 선정한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이완구 총리후보자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해설기사를 직접 수정하고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보도에 개입했던 그에게 방심위원으로서 방송 공공성 보장을 위해 어떠한 역할도 기대할 수 없다. 언론장악 부역자가 방심위원으로 거론된다는 상상만으로도 경악스러운데, 하물며 민주당 추천이라는 풍문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문재인 정부 최악의 인사 참사로 기록될 일이다.
방송 내용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심의하는 방심위는 과거 이명박, 박근혜 시절 방송장악의 도구로 활용된 지울 수 없는 흑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행 추천구조를 유지하는 한 과거로부터 이어진 정치심의, 편파심의 논란은 해소될 수 없다. 그럴수록 인사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정치권의 하마평이 아닌, 유능한 인재를 공정하게 심사해 추천하는 공당의 책임있는 모습을 촉구한다. 만약 유력 인사들과의 연고주의, 정치 낭인들에 대한 보은인사로 5기 방심위원 구성이 얼룩진다면 언론노조는 단지 규탄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비난의 화살은 해당 방심위원 후보들에게만 향하지 않고, 추천 과정에 개입한 정치권 인사들을 일일이 찾아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자격미달 방심위원 후보추천 절차를 중단하고 즉시 재공모를 실시하라.
2021년 1월 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