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정책

제목

[5월의 함께 읽어 좋은 책]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는 기술의 위기였다.

등록일
2024-06-03 15:33:32
조회수
903
첨부파일
 2024-06-04_서울신문.jpeg (195991 Byte)  /   발제문_레거시 언론사 미디어 전략 부재의 이유_김위근_최종.pdf (541289 Byte)

출처: 전국언론노동조합 2024.06.03. 서울신문사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는 기술의 위기였다

김위근, “레거시 언론사 미디어 전략 부재의 이유"

한국언론정보학회 2024년 봄철 학술대회 미디어이론과현장연구회 발표문. 2024.05.25.

 

올해 7월부터 서울신문은 자체 윤전기를 멈추고 중앙일보에 인쇄 및 유통을 위탁할 예정이다. 서울 시청 옆 프레스센터 뒤편에서 저녁이면 불빛을 반짝이며 분주히 움직이던 윤전기와 신문배송 차량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오래 전부터 종이신문을 보지 않던 사람들에게 프레스센터 뒤편을 지나다 마주하는 서울신문의 신문 배송 풍경은 신기하게 보였을지 모른다. 일반 독자 뿐 아니라 경영진과 미디어 학자들에게도 디지털 뉴스의 대홍수에서 노아의 방주처럼 종이신문이 모여드는 극소수의 윤전기들은 그저 세월의 흐름 속에 사라질 유산(legacy)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윤전기와 신문 배송이 중단되고 축소되는 풍경은 한국 언론사에서 잊혀진 중요한 사실을 깨우치게 한다.

 

기술기업이었던 언론사

지난 5월 25일 충북 옥천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미디어이론과현장연구회 세션에서 김위근 박사(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는 <레거시 언론사 미디어 전략 부재의 이유> 발표에서 너무도 당연했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사실을 한 문장에 담았다. 바로 “인터넷 기술이 본격적으로 언론산업에 도입되기 이전 언론사는 명백한 기술기업이었다”는 글귀다. 대부분의 시청자나 독자, 그리고 학자들까지도 지면에 인쇄된 기사와 TV 화면의 뉴스에만 익숙했던 시절 “신문사는 인쇄기술 분야 최고의 기술기업이었고 방송사 또한 영상기술 및 전송기술에서 최고의 기술기업이었다.” 최고의 기술기업이었다는 말은 회한 섞인 회고가 아니다. ‘디지털’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바뀐 미디어 환경에서도 신문과 방송 모두 기술 인프라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기업이자 조직이다. 저자의 지적처럼 “언론사 및 언론인의 DNA는 뉴스 콘텐츠와 기술로 구성된다.” 콘텐츠와 기술이 결합된 조직으로 언론사를 보면 2000년대 중반부터 ‘레거시'라는 말로 표현된 언론의 위기는 곧 언론사의 핵심 기술이 쇠퇴해온 궤적과 일치한다. 다만 이런 기술의 쇠퇴가 포털의 뉴스 유통 지배라는 현상에 가려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콘텐츠와 기술이 병존하던 언론사 조직에서 기술 인프라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넷 이용환경이 확대되며 언론사는 ‘언론사 닷컴’이라는 자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다수의 닷컴사들은 수익성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본사의 디지털 부서로 편입됐다. 디지털 기술 부서의 본사 복귀는 포털 뉴스서비스로부터 받는 전재료가 자회사 운용보다 더 낫다는  비용-편익의 셈법 때문이었다. 콘텐츠와 기술을 한 조직에서 운용하던 때에서 기술 인프라는 자회사라는 ‘외주’로 나갔다 이제는 빅테크 기업이라는 ‘갑'의 지위에 있는 거대 외주사로 떠 맡겨졌다. 다수 언론사에서 뉴스 콘텐츠의 다양한 포맷과 제작 실험은 있었지만, 그 콘텐츠가 포장되고 유통되는 기술 인프라에는 어떤 관심도 두지 않았다. 신문사라면 윤전으로 시작하여 보급소에서 끝나는 그 인프라가 바로 광고 단가를 제시할 수 있는 발행과 유료부수의 토대였음에도 말이다. 

 

기술도 콘텐츠만큼 중요하다

이렇게만 얘기한다면 저자의 글은 이미 지난 실패를, 특히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헤집어 내는 논평에만 그칠 것이다. 그러나 글의 말미에 있는 ‘전략 부재의 원인 4: 뉴스룸 제일주의와 조직의 비전 부재'는 지난 실패가 아닌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실패에 대한 중요한 조언이다. 콘텐츠와 기술이 병존하는 조직이라는 그의 관점은 “언론사는 뉴스룸으로만 구성되지는 않는다. 뉴스룸만이 언론사의 조직적 완성이 아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콘텐츠와 기술의 병존은 이를 수행하는 종사자 간 수평 관계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언론사에서는 지금도 본사 부서 뿐 아니라 자회사까지도 기자나 PD와 같은 콘텐츠 제작 경력의 인사들이 정점을 차지하고 있다. 모든 기업의 한계인 위계적 조직구조에 언론사는 특정 직군 인사의 위계가 하나 더 있는 셈이다.

저자는 언론사의 디지털 기술 및 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했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총 응답자 중 “소속사 IT 부문 담당 총괄 책임자의 직위가 임원급 및 실국장급인 경우는 47.1%로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는 현실을 지적한다. IT 종사자의 낮은 직위는 조직 내 의사결정권과 책임에 더욱 소홀하게 만든다. 이들의 역할은 “자체적이고 자발적인 것보다 요청이나 지시를 따르거나 다른 업무를 중개•보고하는 등 보조적이고 수동적인" 수준에 머물기 때문이다.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를 글로벌 자본이 지배하는 빅테크 기업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윤전기가 사라지고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 비율이 1% 이하로 떨어져도 여전히 언론사에게는 기술 인프라와 기술 종사자가 필요하다. 문제는 오래된 기술 인프라가 언론사 조직에서 사라지는 동안 뉴스룸 중심의 조직 구조는 더욱 공고해지며 새로운 기술 인프라 종사자들의 의견이나 결정권은 이전보다 더 후퇴하고 있는 현실이다.

포털의 등장 이후 무려 20여 년이 흐른 지금 신문과 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가 고립된 빅테크 기업 중심의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 이 글은 명확한 처방전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 에 수도 없이 쏟아진 ‘디지털 혁신’이니 ‘뉴스룸 혁신' 보고서보다 잊고 있던 문제를 명확히 드러내는 글이 더 필요하다. 저자의 말처럼 “언론사에서 콘텐츠는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기술도 콘텐츠만큼 중요하다.”

한국언론정보학회 미디어이론과현장연구회

※ 위 발표문은 위 첨부파일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작성일:2024-06-03 15:33:32 1.217.161.173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