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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지부 성명] 직장 내 괴롭힘, 이럴 거면 노사공동위는 왜 합니까

등록일
2025-10-17 15:07:44
조회수
238

이럴 거면 노사공동위는 왜 합니까

 

또 다시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 노사공동위원회가 이미 만장일치로 ‘직장 내 괴롭힘 성립’이라고 결론 낸 사건에 대해 인재개발부가 별도의 법률 자문을 받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징계 심의 직전 인사위원들에게 배포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규상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유일한 공적 조사 주체인 노사공동위에는 법률 자문을 받는다는 사실조차 알리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다. 지난해에는 인사위원회가 노사공동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뒤집더니, 올해는 로펌까지 끼워서 노사공동위 결론을 흔들고 있다.

노사공동위원회는 지난 7월22일 접수된 사내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하여 3개월에 걸쳐 공정하게 조사하고 치열하게 논의했다. 노 측 위원 3인과 사 측 위원 3인이 13차례 만나서, 괴롭힘 신고 건과 여기서 파생된 2차 가해 건 등을 한꺼번에 심의했다. 노사공동위의 최종 결론은 ‘괴롭힘이 성립한다’는 것이었다. 노사공동위는 문구 하나하나 조율해가며 결론 내린 최종 보고서를 인사위에 제출했다.

그런데 피신고인 2인의 징계 심의를 위한 인사위원회 개최(16일 오후 3시)를 하루 앞둔 15일 저녁 인재개발부가 각 인사위원에게 공개한 법률자문 문건(법무법인 클라스한결)에는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사공동위원회가 전원일치로 괴롭힘이 성립한다고 결론 낸 사건에 대해, 당사자와 대면하여 면담하지도 않고 조사 자료를 직접 열람하지도 않았을 외부 법인이 ‘괴롭힘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인재개발부는 이 자료를 마치 노사공동위 결론과 동일한 권위를 갖는 의견처럼 인사위 참고 자료에 첨부했다.

회사는 노사공동위원회 제도의 운영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조직의 안녕을 해하는 갈등 상황이 발생하면 노 측과 사 측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합의를 도출하는 자치기구가 노사공동위원회 아닌가. 사내의 모든 괴롭힘과 성희롱·성폭력, 고용 상 차별을 겪는 이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공적 기구가 아닌가. 이렇게 외부에서 법률자문이라는 이름을 빌려 조직의 자율적인 조사 결과를 손쉽게 뒤집을 요량이라면, 노사공동위라는 허울만 남겨둔 채 회사의 입맛대로 제도를 형해화할 생각이라면 애초 노사공동위는 존재할 이유가 있는가.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노사공동위 조사 내용이 무단으로 외부에 유출되었다는 사실이다.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와 관련하여 조사 관계자들에 강력한 비밀유지 의무를 규정(76조의3 7항)하고 있다. 조사 내용을 회사에 보고하거나(노사공동위 보고서를 대표이사, 노조지부장 등에 보고), 관계 기관(노동부, 수사기관 등)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만을 예외로 둘 따름이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대표이사와 경영관리본부장, 인재개발부장 등을 만나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인재개발부는 지난 9월17일 노사공동위가 최종 결론을 도출한 이후 최소 3회에 걸쳐서 법무법인에 관련된 법률 자문을 문의하였고, 문의 내용은 노사공동위가 피해자 및 피신고인, 참고인 등 진술을 통해 파악한 사실 관계와 정보는 물론, 노사공동위의 결론까지 재차 확인 받는 형태로 작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인재개발부가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거나 노사공동위에 자료를 요청하는 등 절차는 일체 없었다. 그토록 보안 유지에 천착해온 회사가 당사자 동의 없이 제삼자에게 조사 정보를 넘긴 것이다.

인사위원회 부위원장인 경영본부장은 노동조합을 찾아와 “매번 인사위원회에 올릴 때 관례적으로 법률자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런 관례마저도 노사공동위는 통지받은 적이 없지만, 이마저도 사실이 아니었다. 최근 징계 심의 사례를 돌아보면 회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사전 법률자문을 받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더군다나 이번 사건의 경우 당사자를 포함해 10여명의 참고인을 대면조사한 유일한 기구는 노사공동위인데, 여기에 일절 개입하지 않은 외부 로펌의 판단으로 노사공동위 결론을 배격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 상위 법령과 관련 사규에 따라 한겨레 조직이 자체적으로 정립한 자치 기구를 우회하여 그 전문성과 정당성을 형해화하려는 것은 아닌지, 노사공동위의 권위를 실추하여 과연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지 회사의 저의를 묻고 싶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와 올해 초 ‘돌봄휴직 반려 사건’ 조사 및 심의 과정에서 벌어진 일과 판박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깊다. 당시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관련하여 신고인에게 어떠한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임의로 법무법인 3곳에 유출해 자문을 받은 바 있다. 이들 자문 내용은 인사위에서 노사공동위의 ’직장 내 괴롭힘 성립’ 결정을 뒤집는 근거로 활용됐다.

노 측 위원들은 지난해의 논란이 재발하는 것을 우려해 노사공동위 회의 중에도 “이번에는 작년과 같은 일이 없게 하자”, “노사공동위는 조사기구이고 인사위는 이를 바탕으로 징계양정을 정하는 곳이니 조사 결과 자체를 뒤집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라고 수 차례 경고했다. 그러나 사 측의 태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노동조합의 문제 제기로 16일 예정되었던 인사위는 무기한 연기됐다. 노동조합은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밝힌다. 회사는 인재개발부가 노사공동위에 아무런 통지 없이 독단적으로 법률자문을 받은 행위에 대해 소명하라.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고, 신고인과 노사공동위원회 위원, 구성원 전원에게 사과하라. 조직의 관리책임자로서 대표이사와 경영진은 책임있는 메시지와 대책을 내놓으라. 노동조합은 회사의 조처를 예의주시하며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

 

2025년 10월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신문지부

 

작성일:2025-10-17 15:07:44 203.234.19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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