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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재벌 봐주기' 기사 삭제 무더기 발견…개탄을 금할 수 없다

등록일
2025-12-24 15:31:10
조회수
3013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장남이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내 벌금 900만 원에 약식기소된 사안이 지난 2021년 8월 보도됐다. 법원은 같은 해 10월 정 씨에게 약식명령을 내렸다. 당시 신문과 방송은 물론 경제지, 인터넷 매체 등 많은 언론이 이 사안을 보도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재벌 일가, 특히 향후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오너 자제가 일으킨 사고라는 점에서 보도 가치는 충분했다. 

그런데 지금 포털 사이트에서 '현대차 장남 음주운전'을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는 얼마 되지 않는다. 남아있는 건 KBS, MBC, 한겨레, 경향신문, 노컷뉴스의 기사 정도다. 정상적으로 보도됐고 사실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기사가 뒤늦게 무더기로 사라진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가 소속 지·본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올해 9월 무렵 여러 언론사에서 문제의 기사가 잇따라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통신사, 지상파 방송사, 보도전문채널 등 여러 매체에서 기사를 지웠다. '현대차그룹'이라고 실명으로 나갔던 기사를 'H그룹'으로 바꾼 곳도 있었다. 당시 기사를 썼던 기자 본인도, 담당 부서장도 모르게,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슬그머니 삭제하거나 고친 게 공통점이다.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원래대로 고쳐놓은 경우도 있었다. 언론노조 지부가 없는 곳까지 포함하면 기사를 삭제한 언론사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사측의 '해명'을 종합하면 이렇다. 오래된 기사라서. 타사에도 다 나간 기사라서. 이미 방송된 기사라서. 기자가 아니라 일반인의 상식으로 봐도 말이 안 되는 변명이다. 이에 비하면 '4년 전 사건을 계속 언급하며 협찬을 요구하는 일이 많아 골치'라는 현대차 측 이야기에 삭제했다는 말은 차라리 솔직하다. 하지만 광고주의 민원 해결이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는 언론의 역할은 아닐 것이다.

왜 사건 당시도 아닌 올해 9월이었을까. 지난 9월에는 정 회장의 장남이 일본 법인에 입사해 경영 수업의 첫 발을 떼었다는 기사가 났다. 장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4년 전 음주운전 사건이 새삼 회자되자 그룹에서 대응에 나섰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현대차의 삭제 요청이 명시적이었는지, 묵시적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주요 광고주인 재벌의 고민을 언론사가 원칙을 어겨가며 적극적으로 해결해줬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재벌에 불리한 기사를 슬쩍 삭제해주는 언론이 권력을 올바로 감시할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다. 자본의 영향을 받는 언론이 정치권력의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비슷한 일이 또 있지 않았을 거라 장담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편집권 독립을 위해 투쟁해 온 언론노조 민실위는 여러 언론사가 이렇게 손쉽게 자본에 굴복한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자본 권력에 의한 중대한 편집권 침해 사례이다. 민실위는 기사를 삭제, 수정한 모든 언론사에 문제의 기사를 원래 승인됐던대로 복구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현대차그룹에도 경고한다.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정상적인 언론 보도를 없애려 하지 말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

공정보도를 가로막는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맞서 민주언론을 수호하는 것이 언론노조의 제1강령이다. 우리는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다.

2025년 12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작성일:2025-12-24 15:31:10 1.217.16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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