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 2026-03-11 16: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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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독실위의 ‘김병기 보도 조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지난 2월 27일 뉴스타파의 독립적 조사기구인 독립언론실천위원회(독실위)가 ‘김병기 의원 취재·보도 과정 조사보고서’를 사내에 공표했다. 앞서 1월 8일 조사 개시를 의결한 지 꼭 50일 만이다.
이번 조사는 ‘김병기 보도’를 이어왔던 취재기자 2인이 지난 1월 5일 독실위에 조사 요청서를 제출하며 시작됐다. 수 개월의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한상진 전 총괄에디터의 지속적 방해가 있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부는 독실위가 이 사안에 대해 조사 개시를 의결하고 보고서 발간까지 완수해낸 것 자체만으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이번 조사는 독실위가 제도화된 지 3년 만에 처음으로 사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것이었다. 지난 2023년 1월 노사 합의로 독실위 운영규약이 제정된 이래 독실위가 실질적 조사에 나선 것은 단 한 차례 있었다. ‘김만배-신학림 음성파일 보도’와 관련해 신학림 당시 전문위원을 대면 조사하고 그 결과를 진상조사위에 이첩했던 것이 전부였다. 반면 이번에는 총괄에디터와 팀장, 취재기자 등 특정 보도와 관련된 현업 취재진과 데스크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독실위가 구조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보도 책임자를 핵심 대상으로 하는 조사를 실시했다는 점이다. 독실위는 단체협약과 운영규약에 따라 노사가 각 2인씩 지명한 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같은 ‘노사 동수 구조’는 권위 있는 독립적 조사기구를 제도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형식이다. 동시에 이 구조로 말미암아 독실위의 조사 활동은 현실적인 제약을 피하기 어렵다. 예컨대 노조 지명 위원들이 특정 사안에 대한 조사 개시 안건을 상정해도 대표가 지명한 위원 중 적어도 1인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과반 의결’이 불가능해 조사는 시작될 수 없다. 이는 뉴스타파 독실위와 똑같이 ‘노사 동수 구조’를 가진 여타 방송사들의 편성위원회나 공정방송위원회 등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구조적 제약’이다.
그러나 이번엔 독실위에 조사 요청서가 접수된 지 불과 3일 만에 조사 개시가 결정됐다. 대표가 지명한 위원들마저 대표가 임명한 보도 책임자에 대한 공식 조사에 전격 동의한 것이다. 이미 김병기 보도와 관련한 한상진 전 총괄에디터의 이해하기 어려운 지시들과 이로 인한 취재진의 고충이 여러 경로로 사내에 회자되고 있었던 만큼, 논란이 더 격화되어 조직적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독실위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에 모든 위원들의 공감대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안의 무게를 정확히 인식함으로써 ‘노사 동수 구성’이라는 구조적 제약을 스스로 극복해 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더불어, 사상 첫 사내 조사였음에도 사실관계 확인과 평가를 넘어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까지 보고서에 담아내려 애쓴 점도 의미가 크다. 내부의 불미스러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조직적 성찰과 성숙의 계기로 삼으려는 노력은 뉴스타파가 여전히 건강한 조직임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보고서의 형식과 서술 방식은 앞으로의 독실위 활동에도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의의에도 불구하고 보고서 결론부에 담긴 종합적 판단과 평가는, 독실위가 준수해야 할 ‘논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면에서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다.
독실위 운영규약 제5조 제1항은 “안건에 대한 논의는 저널리즘의 원칙과 상식, 독립성과 자율성, 취재와 제작·편집의 합리적 관행, 미디어 환경 및 수용자 의식 변화 등을 함께 고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고서에 정리된 사실관계들을 살펴본다면, 이번 사태를 빚은 핵심 원인은 한상진 전 총괄에디터의 부당하거나 부적절한 지시와 언사들이었다.
특히 ‘단독취재 성과를 타사에 먼저 제공하도록 한 지시’, 그리고 ‘김병기 배우자 업추비 유용 의혹 보도 보류 조치’는 저널리즘 원칙과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고 취재진의 자율성을 현저히 침해했으며 합리적 취재 관행으로 볼 여지도 전혀 없었다. ‘별건 수사식 보도’, ‘제보자에게 놀아나는 취재진’, ‘섹스비디오가 나와도 지금은 못 날린다’와 같은 보도 책임자의 언사와 판단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이번 사안이 “개인의 일탈이나 무능력이 아닌 조직의 구조적 한계와 소통 방식의 실패에서 기인했다”고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운영규약에 명시된 논의 기준에 따른다면 이 부분은 “외부의 압력이나 개인적 불찰이 아닌 보도 책임자로서의 역량과 자질 부족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고 기술되는 것이 적절했을 것이다. 취재진과의 소통 능력 또한 보도 책임자의 필수적 역량이자 자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독실위 보고서가 보도 책임자에 대한 뾰족한 질책을 피하고 ‘조직의 구조적 한계’를 내세워 납작한 결론을 취한 것은, ‘노사 동수 구조’라는 원천적 제약 뿐만 아니라 조사 개시 직전 한상진 전 총괄에디터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고 박중석 대표가 교체 방침을 천명한 데에 따른 정무적 판단의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한상진 전 총괄에디터는 지난해 2월 이른바 ‘최승호 피디 퇴사 강요 사태’ 당시에도 제작 자율성 침해를 시도해 지부의 사퇴 요구를 받았던 전력이 있다. 그 이후로도 사실상 임기의 전 기간에 걸쳐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뉴스룸 운영으로 성원들의 신뢰를 잃어 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김병기 보도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은 어쩌면 한상진 전 총괄에디터 체제에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이번 사안은, 외부적 압력과는 무관하게 보도 책임자의 개인적 자질과 역량, 기질의 문제만으로도 제작 자율성과 콘텐츠 생산 안정성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상존함을 분명히 보여준 사례다.
동시에 이는 그간 센터측이 보도 책임자 견제제도 도입을 거부해온 핵심 논거에 대한 강력한 반례이기도 하다. 박중석 대표는 “뉴스타파는 오직 후원회원에게만 의존하는 독립언론이므로 정치·경제 권력에서 본질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 침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따라서 보도 책임자 견제제도를 둘 필요도 없다”고 반복해서 주장해 왔으나 이제는 철회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또한 박 대표는 “뉴스타파에는 이미 독실위라는 제도적 장치가 있으므로 보도 책임자 견제제도를 추가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도 밝혔던 바 있다. 그러나 독실위라는 기구만으로는 이번과 같은 사태의 예방도, 실질적 책임 추궁도 불가능함이 확인되었다는 사실 또한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지부는 이상과 같이 김병기 보도 관련 독실위 조사 활동과 보고서의 의의와 한계를 되짚으면서 센터측에 보도 책임자 견제제도 도입을 계속 요구해 나갈 것이다. 여기엔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만약 뉴스타파에 보도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나 중간평가제가 있었다면 과연 ‘최승호 피디 퇴사 강요 사태’나 ‘김병기 보도 사태’가 발발할 수 있었을 것인지 반추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2026년 3월 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뉴스타파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