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직 언론 노동자로서 최근 급류를 타고 진행된 언론사 사주들의 구속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오직 탈세와 불법, 사주 구속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볼 것인가 등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 먼저 이 사안을 지나치게 강팍하고 좁은 시야로만 바라봐서는 안되고 좀 더 넓은 시야, 거시적인 관점,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부감적 관점 (bird's eye view)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언론사 세무정국 안에 내재해 있다. 그 첫 번째가 세계사적 변화로 '냉전의 붕괴'이다. 즉 냉전의 붕괴로 인한 여파가 뒤늦게 나마 한반도에 유입돼 안보 상업주의가 영향력을 상당 부분 상실한 결과인 것이다. 두 번째 국내 정치 경제적 변화로는 정권 교체로 인해 기득권층 내의 대립 즉 기득권 좌파와 기득권 우파의 대결 구도가 성립되었다는 점이다. 세 번째로 가장 미시적인 변화로는 언론계 내부에서 신문계의 분화 즉 군사정권 붕괴 이후 독립신문들이 등장하고 성장함으로써 독립신문과 족벌신문사이에 대결구도가 생긴데다가 IMF로 인해 신문사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대결 구도가 확대되고 더 나아가 신문에 대해 종속 관계에 있던 방송이 독립성을 어느 정도 확장해 자기 정체성을 확보했다는 점도 작은 배경 중의 하나이다.또 양각적 관점 (frog's eye view)에서 이 사안을 바라보면 주류 지배 세력의 교체와 갈등이 그 배경이다. 즉 자신들의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외세를 끌어 들였던 조선 왕조 말기의 주류 세력과 그 뒤를 이은 친일, 반공, 반민주 세력의 약화가 급작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비슷한 맥락이지만 세대 교체도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즉 70, 80, 90년대 민주화 세대들이 사회의 주력으로 등장하고 전쟁 세대들이 고령화로 자연스럽게 퇴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인들의 결과이면서 원인이기도 하지만 이념적 패권의 분화 즉 냉전의 붕괴와 더불어 공산주의가 소멸하면서 한국에서 오래 동안 봉쇄돼 왔던 진보, 혁신의 공간이 열리는 역설이 오늘의 언론 개혁 문제를 사회의 의제로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이런 시각으로 보면 언론개혁은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타고 있다./ 언론노보 312호(2001.9.12)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