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을 방문한 해외 언론단체에 대한 평가를 놓고 극단적인 보도가 두드러진다. 한마디로 취사선택해 보도하는 행태가 유별나다.언론사 세무조사로 사주가 구속된 조선일보의 경우 국제언론인협회(IPI)와 세계신문협회(WAN)의 활동을 매우 부각했다.조선은 지난 7일 1면 3단 기사로 IPI가 한국을 언론탄압 감시대상국으로 선정했다는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2면의 사설에서도 이를 지적했고,5면에서도 우리나라의 언론 수준이 러시아나 스리랑카 정도로 전락했다고 해설했다. 함께 사주가 구속된 동아일보도 같은 날 1면 스트레이트는 물론 「‘언론개혁 아닌 탄압’ 국제공인」이라는 제목의 관련 박스를 통해 이들 단체의 기자회견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반면 두 신문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방한한 국제기자연맹(IFJ)의 활동에 대해선 사실상 무시했다.조선은 8일 IFJ 크리스토퍼 워렌 회장의 기자회견을 2면 1단으로 처리했다.다음날인 9일 IPI·WAN 방한단의 공동성명 발표를 2면 3단으로 비중있게 보도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두 신문보다는 IPI·WAN을 비교적 적게 다뤘지만 IFJ보다는 이들 단체의 입장에 서서 보도했던 중앙일보는 지난 93년 6월 IFJ를 대거 인용했었다.당시 권영해국방장관의 출국금지 기사를 썼던 자사 기자가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되자 IFJ가 우리 정부에 항의서한을 보낸 바 있다. 얼마나 많이 지면에 다뤘는가(양)만이 아니라 보도의 태도(질)도 문제다.조선의 8일 IFJ 관련 기사의 1단 제목은 「“자율적 언론개혁 지지”/방한 IFJ회장 밝혀」이다.이렇게 작은 기사임에도 제목만 보면 언론 스스로 적극적으로 뼈를 깍는 자기개혁을 추진하라는 얘기인지,아니면 언론 외부 특히 정부에서 강요하는 개혁은 잘못됐다는 의미인지 애매하다. 또 두 신문에는 IPI와 WAN 공동조사단이 서울구치소까지 찾아가 수감중인 조선일보 방상훈사장과 동아일보 김병관 명예회장 등 구속사주 3명을 면담한 내용은 보이지만,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언론개혁시민연대와의 접촉은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반면 언론개혁과 세무조사를 놓고 조선·동아와 반대 축에 있는 한겨레와 대한매일은 IPI와 WAN의 행태를 적극 비판했다.한겨레는 8일 IPI가 유신 시절 한국언론 상황을 왜곡했다는 내용의 민주당 이미경 의원의 주장을 1면에 배치했다.동시에 언론세무조사가 부당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IFJ의 발표를 같은 면에 실었다. 그러나 한겨레는 7일 IPI가 한나라당과 구속사주,국정홍보처등만을 접촉한 채 서둘러 조사결과를 발표했다고 문제를 지적하고도 이들이 요구한 김대중대통령과의 면담이 거절된 경위는 소개하지 않았다.이들과 김대통령의 만남이 필요했는지는 부차적인 고려대상이다. 대한매일도 6일과 8일 각각 「국제언론단체에 보내는 권고」,「‘언론탄압 감시 대상’이라니」라는 사설에서 IPI와 WAN에 비판과 우려를 전달했다.특히 8일 미디어 면에서는 IPI의 조사가 공정성을 잃은 반면 IFJ는 언론·시민단체·정부관계자 등을 고루 만나 비교적 공정한 조사가 실시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지난 95년 5월 15일 사설에서 “언론의 UN으로 불리는 IPI”“언론자유가 신장되는 곳과 더불어 평화를 갈망하고 지향하는 나라의 현장을 (총회장소로) 선택해 왔다”라고 평가하며 당시 서울에서 개최된 IPI 총회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었다. 사실 독자들로서는 IPI와 WAN,IFJ가 과연 어떻게 해서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 들어와 언론개혁과 사주구속이라는 동일한 사안을 조사하게 됐는지부터 궁금할 수 있다.그러나 이에 대한 정확한 보도는 잘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많은 독자들은 우리 신문들이 시기와 상황에 따라 유리한 내용만을 선택 집중 부각 보도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 공정성과 객관성이 배제된 취사선택의 보도나 일관성없는 논조는 언론계 전체에 대한 독자들의 믿음을 갈아먹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