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성추행 사측에 부당압력 행사조합원 속인채 학자금 '폐지' 동의탄핵 자초한 KBS 8대 집행부전국언론노동조합은 KBS 본부 이용택 전위원장, 강철구 전부위원장에 대해 조합원 자격박탈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림으로써 더 이상 언론노동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언론노조는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이같은 중징계 조치를 취하면서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언론노조는 언론운동 측면에서 언론개혁을 견인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 노동운동 측면에서 산별의 건강성을 담보해야 하는 노동조직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면서 환부를 도려냈다. 우리는 노동조합을 구성하는 최소한의 필수조건을 도덕성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이용택 씨의 사리사욕이 배경에 깔려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직위를 이용한 부당한 압력, 강철구 씨의 4명의 여성에 대해 강간미수를 포함하여 8차례 성추행 하는 추악한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으며 관용의 여지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로부터 4개월이 흐른 지금, 전자가 개인적 비리여서 직접 피해자가 소수에 그쳤다면, 이제는 피해의 범위가 전 조합원에 이르며 노조라는 이름으로 반드시 금기해야 할 집단적 어용노조의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회사가 지급하는 조합원 자녀학자금을 사실상 폐지시키는데 동의했으며, 그 과정에서 KBS 노보를 통해 조합원을 기만했으며, 인사정책과 임금체계의 퇴행을 묵인했으며, 그 대가로 사측에 대한 노조집행부로서의 지위를 용인 받으며, 심지어 사측이 노조대의원대회 참여를 독려하는, 너무나 저급하여 그 실상을 밝히기조차 부끄러운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 지금 KBS본부의 모습 아닌가.전국언론노동조합은 KBS 본부를 어용노조로 규정하며, 이용택 전위원장, 강철구 전부위원장이 즉각 떠날 것을 마지막으로 권고한다. 언론노조가 이미 조합원 자격을 박탈한 두사람에게 이처럼 권고하는 것은 15일부터 일주일간 시작되는 탄핵투표에서 조합원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영달과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언론노조는 KBS 본부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전국 2만 언론노동자의 이름으로, 그리고 언론노조의 주인이라 할 5천 KBS본부 조합원의 이름으로 이용택 강철구 씨를 심판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노조는 성추행 사건과 창사기념품 리베이트 의혹으로 물의를 빚어온 KBS 강철구 전 부위원장과 이용택 전 위원장에게 '조합원 자격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언론노조는 지난 7월 12일 제9차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창사기념품 선정 부당개입과 해노행위로 징계가 발의된 이용택 KBS 위원장에 대해 제명을 의결했다. 중앙집행위원회에는 26명의 중집위원 중 18명이 참석, 찬성 15명, 반대 1명, 무효 1명으로 제명을 결정했다. 집행위는 징계사유로 △컨퍼런스폰 선정과정에 부당개입하고 성추행범인 강철구를 비호해 언론노조 및 KBS본부의 명예와 도덕성에 타격을 입히고 조합원에 불이익을 가져온 점(규약 제51조 제1항 제1호, 동조 제1항 제3호)과 △언론노조가 강철구 전 부위원장의 제명을 결정하고 이의 실행을 촉구한데 반발, 언론노조와의 투쟁을 선언하고, 대의원회의에 투표에 의해 선출되는 수석부위원장을 전임해제하는 등 산별조직을 뒤흔드는 해노행위를 계속해 온 점(규약 제51조 제1항 제1호, 동조 제1항 제4호), 그리고 △산별 조합비 5개월분 미납((규약 제51조 제1항 제2호) 등을 제시했다. 언론노조는 이에 앞서 지난 5월 10일 제6차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피해자 진술내용, 전문가단체 의견, 진상조사위 판단 등이 수록된 'KBS 강철구 부위원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보고서'를 공개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제명 찬반투표에는 전체 집행위원 26명 가운데 20명이 참석(위임 1명)해 17명이 찬성에 표를 던졌으며 무효와 기권은 각각 1표였다. 보고서는 강씨가 지난 95년 3월 서울시 염창동 '수목' 단란주점에서 방송개혁국민회의 활동가 C씨를 강제로 성추행 하는 등 4명의 여성에 대해 8차례 성추행 했다는 진술내용을 담고 있다.진상조사위는 '정황과 진술, 피해자와 강 씨와의 관계, 가해자의 행위양태, 전문가 의견 등을 살펴볼 때, 4건의 사례는 실질적 위계관계나 친분관계를 이용해 성적 모욕감과 수치심을 주는 성추행·강간미수·준강간 등의 성폭력범죄'라고 판단했다.조사위는 가해자가 주장하는 배후론과 음모론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에게서 폭로에 따른 이익을 찾아보기 어렵고, 한 명도 아닌 여러 명이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다는 것은 논리적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 5개 단체 등도 집행위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여성단체들은 '△성폭력 범죄가 직접적 증거를 갖지 않는 특징이 있으며 △가해 양태가 상습범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 △피해자 주장의 번복은 성폭력 범죄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 등을 볼 때, 가해자에 대한 징계는 당연하다'고 주장했다.집행위원들은 "이번 성추행 문제가 산별규약 상벌규정 제7조 1항 '각종 선언 강령 규약 결의사항을 위반했을 때' 와 2항 '조합의 조직질서를 문란케 하거나 조합의 명예와 위상을 손상시켰을 때'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강 부위원장을 제명 처분했다. 언론노조는 징계발의 직후 강 씨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했으나 본인이 거부했다. 민주노총 산하 산별 및 연맹 단위노조가 성추행 문제로 조합원 자격을 박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전 부위원장 징계 이후 민주노총과 금속연맹, 사무금융노련 등 16개 노동사회단체는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며 환영했다.KBS 노사가 최근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을 융자로 전환하고 각종 인사제도를 개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규개정에 합의해 조합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KBS노조는 지난달 20일 '대학생 자녀 학자금을 융자로 전환하는데 노사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KBS 8대 집행부는 '학자금 융자 전환은 차선의 선택'이라면서 '시대적 흐름을 강조하며 압박해오는 사측의 논리를 방어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학자금지원이 융자로 바뀔 경우 해당 조합원들에게는 약 연봉 1천만원의 삭감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평균 총액기준 10%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이다. 특히 학자금 융자전환 저지는 지난해 이용택 씨 위원장 출마 당시의 핵심 공약이자 계속해서 강조해 온 역점 사업 중 하나여서 조합원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탄핵투표에도 이러한 현 집행부의 반노동자적 정책 강행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것이 KBS 내부 대부분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조합원의 불이익을 담보로 학자금 융자 전환이라는 선물을 사측에 안겨주면서 그 댓가로 조합집행부 인정을 챙긴 뒷거래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지난 1일 노사가 합의한 인사제도 중 일부 내용도 '개악' 주장이 일고 있다.KBS의 한 조합원은 지난 5일 사내전산망을 통해 '이번에 노사가 합의한 인사제도 일부는 명백한 개악안'이라면서 '내용은 물론 절차적 정당성마저 지키지 못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노사합의안이 '평보직 후 3년 이내에 보직을 부여받지 못한 직원에게 대기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 점'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조항이 현업자들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또 앞으로 조합이 추진의사를 밝힌 직급별 호봉제와 피크호봉제도 직급마다 호봉을 두고 직급이 오르지 못하면 직급 내의 호봉에서만 움질일 뿐 한계호봉에서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원성과급제 역시 연봉제로 가기 위한 단계라고 설명했다.문서는 이어 '명백한 단체협약사항인 임금구조 개편 내용을 대의원 대회도 없이 임의기구인 '인사특위'에서 다루는 것은 명백한 절차적 오류라고 지적했다.또 다른 조합원도 '어떤 집행부도 단체협약 사항을 집행부 몇사람의 합의로 일방적으로 시행한 적이 없다'며 현 집행부의 독선을 비판했다.한편 이번 인사제도 개편으로 가장 큰 불이익을 받게 되는 차장급 조합원들의 반발이 크게 일 것으로 보여 앞으로 벌어질 탄핵투표에 '학자금 융자 전환'과 함께 주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언론노보 314호(2001.10.17)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