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진 <얼굴, 한국인의 낯>박찬호와 마애삼존불은 닮았다?얼굴모양 하나로 세상과 문화를 보는흥미만점 '얼굴론'오랜만에 이런 저런 책들을 정리하는데 책 한 권이 눈에 쏙 들어왔다. 얼굴전문가이자 미술학자인 조용진교수의 『얼굴, 한국인의 낯』.한동안 손길을 멈추고 다시 한번 책을 죽 넘겨보았다. 책 갈피에 쓰여진 메모. ‘얼굴이 다르면 문화도 다르다. 얼굴 모양은 한 사람의 특성은 물론 한 시대의 문화를 반영한다.’책도 책이지만, 얼굴 하나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저자의 전문성 혹은 안목이 부러웠다. 미대를 졸업하고 인물화에 관심을 갖다 인물을 제대로 탐구하고 싶어 의대에 들어가 10여년간 인체해부학을 전공했으니 그에겐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쨌든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의 견해나 그것을 풀어내는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 박찬호와 백제 마애삼존불(7세기초·국보 84호)의 얼굴은 닮았다고 말할 수 있다. 박찬호의 얼굴이나 마애불 얼굴은 모두 남방계형이다. 신석기시대 때 남방계인들이 서남해안과 금강을 따라 한반도로 올라 왔다. 마애불이 있는 서산이나 박찬호의 고향인 공주 모두 남방계의 흔적이 남아 전해오는 지역이다. 남방계인들의 얼굴을 보면 코가 짧고 콧망울이 크다. 눈이 크고 상꺼풀이 졌으며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얼굴이 네모 지고 입술이 두텁다. 박찬호와 마애불의 얼굴이 그렇다. ' 저자의 견해가 이럴진대, 그가 쓴 이 책이 얼마나 흥미로울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 이어지는 메모를 읽어본다. '한국인의 얼굴과 문화, 그 상관관계 그리고 한국인 얼굴의 특징과 변천과정 등을 치밀하게 고찰한 책. 제목 그대로 내용은 흥미 만점이다. '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의 얼굴론을 따라가보자.'한국인 얼굴은 대개 북방계 얼굴형이다. 북방계 한국인의 얼굴은 오른쪽 앞이마가 크다. 이는 우뇌가 크다는 말이다. 우뇌는 감각뇌로, 감성을 지배한다. 우리 민족이 금속활자와 측우기를 만들고 가무를 즐기며 예술을 발전시켰던 창의성이 모두 우뇌 우세에서 비롯한 것이다. 반면 좌뇌는 지성뇌다. 논리 합리 이성 언어 등을 지배한다. 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인의 오른쪽 앞이마는 더욱 커졌다. 현재 초등학생의 76%가 우뇌가 크다. 이는 극단적인 우뇌 우위로, 우려할 만한 일이다. 좌뇌가 약하다보니 합리성 진지성 치밀함이 부족하다. 물론 빼어난 문화적 예술적 성취는 우뇌에서 나온다. 그러나 그것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체계화할 수 있는 좌뇌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도 한국인의 우뇌는 오히려 더욱 커져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래서 좌뇌를 사용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다시 이 책을 보아도 저자의 이같은 견해는 여전히 흥미롭고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들어 있다. 그건, 미에 대한 의식이다. 얼굴을 보면 사람들은 아름답다 혹은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미나 미인이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미와 미인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 지나치게 서구적 가치관이나 유행에 의해 규정받고 있다고 저자는 안타까워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행간에서 건져내야할 소중한 메시지다. 나는 이 책의 어느 갈피에 또 한대목의 메모를 적어넣었다. '미인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라고. 이광표(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언론노보 315호(2001.11.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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