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전투력은 상병때 극에 달한다고 말한다. 이병은 의욕은 있되 뭘 몰라 실수투성이고, 일병은 어느 정도 병영생활에 적응했으나 세련미가 부족해 서툴고, 병장은 노련미에 넘친 나머지 요령만 피워대니 제대로 굴러갈 리 만무하다. 그래서 적당한 경험과 요령을 터득한 상병 때가 최고의 전투력이 있다고 한다.그러면 신문에 있어 기자력은 몇년 차에 최고로 충만할까. 중앙지와 지방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 10년 전후가 아닐까 생각한다. 기자생활에 적응하고 기사작성 요령을 익히고, 기자 근성을 갖춰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탐색하다 보면 훌쩍 강산이 한번 변하고 만다.10여년에 걸친 산고 끝에 민완기자가 탄생해 정부시책의 잘잘못을 꼬집고 사회병리 현상을 들춰냄으로써 나라발전과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간다. 또 기획·해설기사로 문제점 적시와 대안을 제시해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는 등 활자매체로서의 기능을 십분 발휘함으로써 볼거리·읽을거리가 넘쳐나게 된다. 한마디로 기자력이 충만한 신문은 살아있는 신문이다.그런데 우리 언론계가 자꾸만 기자력을 상실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날로 심화되는 근무여건 악화와 신문사 존폐위기의 갈림길에서 노하우가 쌓일 대로 쌓인 기자가 떠나가는가 하면 남아 있는 기자도 직위가 오르자 절필(絶筆) 선언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리니 이처럼 슬프고 암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기자력은 갖추기도 힘들 뿐더러 상실하기도 쉽지 않다. 기자력은 기자의식을 싹트게 하고, 기자의식은 사회를 비판·감시하는 혜안을 길러준다. 전투력이 왕성한 상병처럼 기자의 이맛살에도 송충이 3개의 계급장을 영원히 달아야 한다. 기자력이 충만한 상병 기자로 거듭나 건강한 사회를 선도해 나간다면 그보다 더한 보람은 없을 것이다.허훈 경남일보 교열부 기자/ 언론노보 315호(2001.11.1)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