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 투쟁은 지방언론을 개혁하고노동자들이 떨쳐 일어나는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광주매일노조 파업이 한 달을 넘기면서 장기화되고 있다. 3.7% 임금인상 요구로 시작된 이 파업은 신문제작이 중단된 직장폐쇄에 이어 폐업신고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다. 정확히 한 달 동안에 광주매일 노조원들은 임금인상의 목표달성은 커녕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월급을 날려버리고 직장마저 잃게될 최악의 상황에 봉착했다. 언론보도와 노조성명서에 따르면, 사주는 광주매일이 그 동안 모기업 그룹 경영에 보호막 역할을 했으나 이제는 언론을 통한 수동적인 방어보다는 적극적인 시장마케팅으로 모기업을 경영하겠다는 판단에서 포기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 폐업논리에서 우리는 언론사와 소시지공장(언론사 외의 모든 기업) 분리론을 읽을 수 있다. 말의 생산은 소시지 생산과 다르다. 말은 인간의 마음과 정신을 움직이는 데 사용되지만, 소시지는 근육을 움직이는 데 사용된다. 그래서 나폴레옹은 "한 신문사는 1개 보병 사단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광주매일 사주는 이렇게 강력한 말의 힘을 왜 수동적인 방패로 파악했고, 지식정보사회의 핵심인 말을 왜 산업사회의 소시지와 맞바꾸려고 할까? 여기서는 더 중요한 문제로서 본 파업의 본질과 그 파장으로 넘어가기로 한다.폐업신고의 배경에는 한국식 자본주의의 모순이 도사리고 있다. 자본가는 경영과 편집의 비분리, 직장폐쇄권, 폐업권 등 모든 혜택을 누리지만, 파산의 위기에 처한 언론 노동자는 어디에도 호소할 곳이 없다. 직장을 잃게 될 125명의 광주매일 노조원들은 '독립언론'을 주창하며 사력을 다해 폐업을 막겠다고 한다 '지역언론개혁의 씨앗'을 심겠다고 한다. 파업이 낳은 현실은 매우 암울하고 안타깝지만, 이 파업은 우리에게 몇 가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우선 지역언론사의 한 노조가 97년 외환위기 이래로 임금삭감과 반납에 의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칠 정도로 낮아진 임금의 원상복귀를 처음으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언론개혁의 첫 걸음'으로서 언론인의 인간다운 처우를 기대했으나, 사주는 적자경영 상황에서 이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직장폐쇄, 전직원 사표종용과 반성요구, 폐업신고의 절차를 밟았다. 이 여파는 박봉과 생계의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지방 신문사에 대한 입사 지원자의 격감으로 나타날 것이다.둘째, 광주매일 사주의 파업에 대한 일련의 강경 조치는 타 언론사 사주에게도 큰 영향을 끼쳐 감원 등 강력한 구조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다.셋째, 이 파업에서 노조는 임금인상의 차원을 넘어 편집과 경영의 분리를 통한 '독립언론'을 표방하고 있다. 진정한 언론인으로서 사주의 예속에서 벗어나 할 말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광주매일 노조의 파업은 언론사 내부에서 일어난 언론개혁의 '첫 목소리'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언론사 사주라면 누구나 자기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신문을 원할 것이다. 그러나 말의 도움으로 소시지의 안정적 생산을 구현하려고 했던 사주라면 말 공장인 신문에서 손을 떼야 한다. 단, 지금까지 잘못 사용해 온 윤전기, 사무실 등을 제대로 된 말을 계속 생산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넘겨주고 사주의 자리를 떠야 한다.이번 파업을 계기로 신문경영의 음모와 비도덕성이 백일하에 드러났으니 노조원들은 고행의 길이지만 폐업 후 생산도구 및 퇴직금 확보 등 자기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생산도구가 주어진다면 언론개혁의 첨병으로서 자기 목소리를 내줄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언론사로 태어나 이 지역 굴지의 지방신문으로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그 다음 문제다.김성재 조선대 신방과 교수/ 언론노보 315호(2001.1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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