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이 파업, 직장폐쇄, 폐업으로 이어져 두 달이 다 돼가나 광주매일 발행인은 단 한마디 말이 없다.발행인 고제철, 그는 91년 광주매일 창간 때부터 줄곧 회장으로서 최고 책임자인 발행인을 맡아왔다. 창간당시 문화사업인 신문으로서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여론을 선도해 희망을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시 도민의 성금을 모아 중국 연변 용정에 세운 광주매일 한글도서관도 그의 이름으로 돼 있으며, 광주매일 이름으로 벌인 문화사업으로 많은 공로패를 받았다. 6·15남북공동선언 뒤 언론사 사장단 방북 때도 그는 광주매일 이름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접견하고 백두산 답사를 할 수 있었다. 광주매일의 회장으로서 그룹차원의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예우를 톡톡히 받아온 것이다. 그런 그가 한순간에 광주매일 문을 닫고 1백20여명의 사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그러나 지금껏 사원들은 물론이고 정작 사죄해야 할 시 도민과 독자들에게 단 한마디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신문발행인의 이 같은 자세와 행위는 광주매일 사태의 본질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징표다. 4조원이 넘는 자산과 10여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린 지역의 최대 갑부, 교육사업인 거대 송원학원 이사장을 비롯해 수많은 사회적 직함을 지닌 그가 사회적 공기인 신문사를 폐업하면서 단 한마디 공식적인 언급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노조원을 비롯한 사원들은 폐업으로 직장을 잃어 분한 것이 아니라 이런 사주와 자본 밑에서 10년이란 청춘을 몸 살라 일한 것에 원통해 하고 있다. 지역에서 현금 동원력이 가장 좋다는 송원그룹은 그룹차원에서 문화사업 명목으로 만든 언론사를 적자기업은 없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시장경제 논리 운운하며 용도폐기 했다. 고씨 자본의 천박한 사고로는 당연한 얘기다. 애당초 신문사 설립 목적이 문화사업도 아니고, 더욱이 시 도민과 독자들을 위한 것도 아니며, 그룹 보호와 이윤확장에 있었다는 반증이다. 이제 그 속내도 한계가 왔고 더더욱 내부 개혁의 목소리는 듣기조차 거북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야 어찌 한 언론사를 짜장면 집 문닫듯이 할 수 있단 말인가.창간 슬로건이야 좋았다. 희망의 신문, 지역의 일등신문. 초창기 사원들의 패기는 이를 실천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러나 신문사 경험이 전무한 회장 아들인 고경주 사장의 경영 미숙과 편집권 유린은 점차 절망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IMF사태 이후 계속된 구조조정과 이를 미끼로 한 임금삭감과 지면 및 기사 개입은 기자로서의 최소의 자존심과 사원들의 소속감마저 무너뜨렸다. 사원들의 자괴감은 마침내 파업으로 이어졌고 자본은 기다렸다는 듯이 직장폐쇄와 폐업수순을 밟았다. 처음부터 언론을 할 자격이 없는 자본이었기에 더 이상 독자와 사원들이 농락 당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광주매일 사태로 지역언론의 현주소가 선명해지고 그 해결과 대안이 마련된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광주매일 투쟁은 부도덕한 자본의 폐업과 그릇된 언론경영에 맞선 노동자의 생존권 투쟁이요, 언론개혁 운동이다. 5.18의 거대한 역사가 흐르는 민주성지 광주는 그 정신을 계승하고 승화시켜야 할 언론영역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역사와 자본력이 있다는 몇몇 신문도 드러내 놓고 보면 광주매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조도 없는 여타 신문이야 더 말할 것이 없다. 때문에 광주매일의 향후 진행방향은 광주지역 언론의 진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고 기필코 지역언론의 개혁에 밑거름이 돼야 한다.자본의 부도덕성은 철저히 규명되고 응징돼야 한다. 다시는 광주매일 같은 불행한 언론역사가 되풀이 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노조가 이를 위해 부끄러운 과거를 냉철히 기록한 백서를 펴내기로 한 것도 이런 뜻에서다. 노조와 사원들은 투쟁의 최종 목표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언론 건설에 두고 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고 편집권이 독립된 참된 언론을 갈구하고 있다.자본이 이를 거절하면 우리는 일방적 폐업의 대가로 자본의 제작 시설 무상양도를 끝까지 관철할 예정이다. 이에는 타당한 근거가 있다. 사원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반납한 임금이 13억원에 달하고 자본이 신문사 경영으로 취한 유형 무형의 이익을 고려한다면 이 지역 최대의 자본으로서 마땅한 도리다. 더욱이 광주매일은 부도가 난 회사가 아니며 자본의 일방적 폐업으로 문을 닫았으니 바른 언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제작시설을 양도하는 것은 당연하다.광주매일 사원들은 고씨 자본에 대한 투쟁과 함께 새로운 독립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한 제반 준비에 착수했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도 어지러운 광주지역 신문사의 바른 위상을 정립할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연대와 지원을 모색해가고 있다. 말로만이 아닌 진정한 민주성지에 제대로 된 개혁언론을 심고자하는 광주매일의 투쟁과 노력에 전국 언론 노동자 동지들의 깊은 관심과 연대를 호소한다. 김선출 광주매일 문화부장/ 언론노보 316호(2001.11.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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