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 사상 최장기 파업' '교권에 대한 노동자의 승리' '9개월의 고통을 이긴 승리'265일간이라는 기나긴 CBS 파업이 끝났을 때 CBS 노조에는 이런 저런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솔직히 말해 CBS노조는 무슨 대단한 일을 위해 파업을 한 것은 아니다. 언론노동자로서 최소한의 요구조건을 내 걸고 시작했다. 공정방송 조항을 좀 더 강화하고 지난 파업 때 합의했던 대로 CBS 재단구조 체제를 경쟁력있게 바꿔달라는 것이었다. 정치권력에 충성편지를 보내고 집권 여당에 '축 총선 승리 화분'을 보낸 사장에게 언론사 사장으로써의 부적절함을 지적하고 물러날 것도 촉구했다. 그렇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CBS에 용역깡패가 동원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철저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으로 2백여 CBS 조합원과 가족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생활고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족벌언론에 대한 세무조사 등 '언론개혁'이 화두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파업으로 우리만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자괴감이 더 컸다. 그러나 그 힘든 고통속에서 CBS를 사랑하는 청취자들과 시민 사회 단체 언론계 동지들의 지원과 격려는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CBS 조합원들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것이었다. 민주언론상을 CBS 노조에 주신 것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에 대한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6.26합의 사항을 깨고 또다시 독선과 파행 경영을이어가려는 CBS 재단이사회와 3연임을 시도하려는 권호경 사장을 상대로 멀지만 험한 그 파업의 길을 다시 가려는 CBS 2백여 조합원들에게 이 상은 분명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이 기회를 빌어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월급에서 일정액을 갹출, 도와주신 전국 언론노조 소속 동지들에게 CBS 조합원과 1천여 가족을 대신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민경중 CBS지부 위원장/ 언론노보 317호(2001.11.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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