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 노동자들이 차가운 거리에서 새벽을 맞이하고 있다. 폐업이 꼭 한달, 노조실의 폐쇄로 거리에 나 앉은지 열흘이 넘었다. 언론노조의 텐트가 내려가고, 회사 주차장에는 7평 규모의 콘테이너 박스가 들어왔다. 콘크리트 바닥 위에 철제 한동 비닐 한동, 두 개의 노조실이 차려지고 입구 한쪽에는 노조 현판이 붙었다. 광주매일의 기나긴 겨울투쟁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다. 뜯어보면 광주매일 사태에는 지방신문들이 갖고 있는 수많은 모순들이 응축되어 있다. 특정 목적을 위해 언론을 이용하고, 족벌체제로 언론을 경영하며, 편집권을 유린하고, 저임금을 지급하면서 고강도의 노동을 강요하는 따위의 토착자본의 횡포가 빠짐없이 들어있다.광주매일의 모기업은 송원그룹으로 호남에서 금호 다음의 재벌이다. 전남 도급순위 1위인 건설업을 필두로, 유통 레저 학원 언론 등 그룹의 구색을 갖추었으며 총 자산이 4조4천억원에 이른다. 아버지가 회장이고 아들이 사장인 그 회사 사장 입에서 우리 재산이 1조원이 넘는다고 했으니, 송원그룹은 광주매일 창간 10년 동안 관급공사 수주에 주력하며 막대한 치부를 했다. 거기에 언론이 일조 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때로 기사를 쓰라 하고 때로 쓰지 말라 하고, 군수에게 밉보인 기자를 마음대로 갈아치우고, 계열사 도박기사를 쓴 기자에게 징계를 내렸던 너무나 비열하고 저급한 사례들을 광주매일 노조가 모아보니 27건에 달했다. 노조는 속죄의 의미에서 백서발간작업을 추진중이다. 언론노조는 부도덕한 기업이 언론을 악용하다 사회진보에 따라 효용성이 떨어지자 용도폐기한 최악의 사례로 광주매일 사태를 규정하며, 배수진을 치고 총력투쟁에 나서고 있다. 방향은 독립언론이며, 모델은 경향신문을 삼고 있다. 광주매일 노조는 매일 마치 80년 5월의 광주처럼, 방송차량을 이끌고 도심을 순회하며 가두방송과 집회를 벌이고 있다. 동백꽃 보다 붉은 분노를 안고 텐트의 밤은 독주로 지샌다. 하루아침에 용도폐기 당한, 가슴에 맺힌 붉디붉은 응어리가 한잔의 술로 속속들이 피어나서, 스러질 때는 한잎 한잎 지지 않고 꽃모가지를 스스로 부러뜨려 통째로 떨어지고 마는 동백꽃의 대쪽같은 비분강개가 거기에 넘쳐나고 있다./ 언론노보 317호(2001.11.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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