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자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탈레반 다음은 누구? 북한을 잊지 마라'란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북한이 미국 공격의 다음 차례가 될 수도 있음을 거론했다.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우리는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하려는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무엇을 하는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튿날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이를 확산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대량 살상무기 개발국가들이 국제적인 사찰 노력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이러한 미국 지도부와 언론의 움직임은 즉각 국내 언론에 반향을 일으켜 조선일보 27일자는 1면 머리기사로 이 사실을 대서특필하는 동시에 12면에서도 '미 징계리스트 북한 포함 가능성' 제하의 해설을 곁들였다.대북정책에 변화가 없고 NYT 보도는 추측에 불과하다는 미 국무부의 해명이 나온 뒤에도 조선일보 28일자는 사설, 만평, 팔면봉, 기획기사 등을 동원해 미국의 대북 강경책을 지지하고 한국 정부의 동참을 촉구하는 논조를 펼쳤다.동아일보 역시 조선일보만큼 북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경고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비슷한 논조를 유지했다. 이에 반해 경향신문 28일자는 부시의 발언에 대해 "이라크를 겨냥한 회견에서 한 기자가 북한에 관해 질문하자 원칙론을 펼친 것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축소했으며, NYT 보도에 대해서도 "뉴스면이 아닌 주말 섹션에 별다른 근거없이 쓴 것으로 북한이 빈 라덴과 직접 관련을 맺고 있다는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한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이에 앞서 경향신문은 27일자에서도 NYT 보도와 상반된 뉴욕발 연합뉴스 기사를 전재해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한 나라에 대해서는 당분간 공격할 생각이 없다"는 부시의 뉴스위크 회견 내용을 실었다.중앙일보는 부시 백악관 발언, NYT 보도, 파월의 WP 회견 등을 전하면서도 상반된 부시의 뉴스위크 회견과 "소말리아나 수단 등이 다음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선데이 타임스 보도는 신빙성이 없다"는 영국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 등을 함께 소개해 균형을 이뤘다.조선과 동아는 28일자에서 "정부는 북한의 비위를 상하면 대화가 중단될까 주저하지 말고 국제사찰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라"거나 "기존의 대화 우선 방침을 견지하면 미국과의 대북공조체제에 다소간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각각 펼쳤다.그러나 경향, 대한매일, 문화, 중앙, 한겨레 등 대부분의 논조는 "미국이 대북 강경책으로 일관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개발이 남한의 생존권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한 더구나 국제사회가 아프간전 조기 종식과 확전 반대를 촉구하고 있음에도 다는 조선과 동아의 인식에 동의하더라도 압력이나 응징으로 해결하려는 냉전적ㆍ호전적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민실위원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불구하고 남한 언론이 이를 외면한 채 북한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부풀려 보도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할 뿐 아니라 죄악에 가깝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