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가장 엄격하고 세밀한 윤리규정 유명기자회견장 음료까지 계산해 환불토록 명문화달력 열쇠고리 등 5달러 미만으로 촌지 규제술도 병으로 받는 것은 금지, 계약직까지 적용미국 첨단기술의 보고 실리콘밸리,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에는 '세계 디지털의 심장부'라는 칭호 이외에도 '산호세 머큐리 뉴스'라는 유력 지방신문이 존재하고 있다.캘리포니아의 작은 도시 산호세에서 발행되는 '머큐리 뉴스'가 우리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80년대 중반에 미중앙정보국(CIA) 마약밀매 연루 의혹보도를 내보낸 다음이다. 머큐리 뉴스는 당시 '샌프란시스코의 마약밀거래 조직이 지난 80년대에 코카인 수천톤을 로스앤젤레스 갱단에게 팔았으며, 여기서 남은 거액의 이익금을 CIA가 지원하는 니카라과 반군에게 주었다'는 것. 게리 웹 기자의 이 기사는 미국 서부지역 최대발행부수를 자랑하던 LA 타임즈의 심층보도를 이끌어 내는 등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머큐리 뉴스의 장점은 '실리콘밸리 뉴스에 강하다'는 것, 그리고 '미국내 신문사 중 가장 정교하고 세밀한 윤리규정을 보유한 신문사'라는 것이다. 머큐리뉴스의 윤리규정은 엄격한 청렴 기준과 함께 실현 가능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을 받고 있다. 예컨대 '뉴스제공자가 점심식사비를 내는 것은 허용될 수 있으나, 해당 기자는 멀지 않은 미래에 상응하는 금액의 점심식사 대접 등을 통해 이 호의에 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조건 식사 제공을 금지하는 것이 취재관행에 맞지 않는데서 나온 고민이다. 기자회견 등에 음식과 음료가 제공될 경우에는 그 가격을 계산해 행사 책임자에게 환불해 주도록 했다.윤리규정은 이어 '모든 구성원은 업무와 연관된 선물과 샘플 상품 혹은 무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뜻하지 않은 선물은 신문사 윤리규정을 설명한 편지와 함께 돌려보내야 한다. 달력과 연필, 열쇠고리와 같이 5달러 미만의 선물들은 받을 수 있다. 와인과 같이 병에 든 술은 받을 수 없다.머큐리뉴스는 또 '취재를 위한 모든 교통수단은 회사에서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군 교통수단과 같이 동행이 요구되는 특수 여행의 경우'에는 편집국 간부진(Executive editor or Editor)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재난현장 취재를 위해 군 헬기가 유일한 교통수단일 경우 취재기자는 상급자에게 최대한 빨리 사실을 알린 뒤 군 헬기를 사용해야 한다.기사작성을 위해 보도자료로 보내진 음반과 책은 해당 기자가 받을 수 있다. 취재에 사용되지 않은 음반과 서적은 공공기관이나 자선단체에 기부되어야 하며, 절대로 판매할 수 없다.이밖에도 산호세의 기자는 자신의 지위를 자신은 물론 가족과 친인척 혹은 친구의 사업과 금융거래 상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예컨대 △신문발행 이외 목적의 정보와 사진 수집 △일반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정보의 수집 △경찰과 같은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민원 청탁이나 특별 대우 요청 △숙박과 교통, 입장료 등에 있어서 일반인에게 적용되지 않는 무료 또는 할인 가격 등은 엄격히 금지된다.이에 따라 머큐리뉴스 기자는 타인의 금전적 이익이나 손해를 목적으로 기사를 작성해서는 안되며, 이는 스스로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윤리규정인 이 조항에 대한 예문으로 '배우자가 자동차 딜러로 일하고 있는 기자의 경우 그 딜러나 경쟁자를 대상으로 한 기사 작성 금지'를 적시했다. 윤리규정은 그러나 해당 기자가 상급자와의 논의를 거쳐 자동차 산업 일반에 대한 기사를 작성할 수는 있도록 했다. 또 가족이 도심에 몇 개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기자의 경우 해당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개발과 관련한 기사를 작성할 수 없도록 하는 것도 예로 들었다.머큐리뉴스의 모든 구성원은 자신의 기사가 자신의 금융투자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반적인 경우 자신 혹은 배우자가 특정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그 회사에 대한 기사 작성은 금지된다. 머큐리뉴스는 '어떠한 임명직이나 선거직도 맡지 않는 것이 충돌을 피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아이 학교의 학부모회장을 맡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교육담당기자가 같은 직책을 맡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특히 머큐리뉴스는 윤리규정에 대해 '정규직 사원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자유계약 직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명시해 그 적용범위를 명확히 했다./ 언론노보 318호(2001.12.12) 2면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