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롭고 새로운 커뮤니티 '디카동' 요즈음 디지털 카메라는 참 대중적인 기기가 되었다. 누구나 하나쯤 이미 갖고 있거나 꼭 갖고 싶어하는 물건인 것이다. 1년 전 정도만 하더라도 고가의 제품으로 일반인에게 그리 쉽게 다가서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참 짧은 시간동안 빨리 자리를 잡았구나 싶다. 작년 이맘때, 뉴스그룹을 이리저리 헤매던 중에 처음으로 300만 화소급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접하게 되었다. 앗! 그것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그전까지 35mm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집에 있는 스캐너로 읽어서 파일로 저장하면서, 그 화질이 만족스럽지 않아 항상 불만이었던 내게 그 선명한 사진은 현실세계의 것이 아닌 듯 해 보였다. 이때부터 나는 상사병에 걸리게 된 것이다. 옆에서 같이 사진을 보고 놀랐던 몇몇 사람들과 함께...... 결국은 잘 쓰던 6mm 캠코더를 처분하고 지금까지 애지중지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정말로 갖고싶던 장난감이 생겼을 때,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뻐하던 바로 그 심정이었다. 그저 갖고싶어서 가진 것 다 팔아 장만한 것이었는데, 이 작은 녀석이 나의 삶의 모습을 이렇게 많이 바꿔버리게 될 줄은 사실 꿈도 꾸지 못했었다. 원래 모임이나 조직 이런걸 별로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고, 모임에 속해도 늘 도망다니기를 즐겼던 나지만, 함께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한 직장 선배들과 사내에 동호회를 만들게 되었다. 이름은 "디카동(디지털 카메라 동호회)". 참 썰렁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자꾸 들어보면 왠지 친근감이 가는 이름이다. 또, 디카동을 만듦과 동시에 디지털 사진의 신속성과 인터넷의 정보공유 정신을 살려 인터넷상에 "디카동"이란 같은 이름의 커뮤니티를 열게 되었다. 사내 회원과 사외 회원 모두에게 열려있는 사진과 정보 공유의 장. 그렇게 시작된 인터넷 커뮤니티 "디카동"의 운영 책임자로 약 1년을 보내왔다. 뭔가 책임을 맡는다는 것은 부담스럽고 썩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변화해온 내 모습을 돌아보면 참 이 커뮤니티 덕에 풍요롭게 살아왔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나의 세계가 넓어져 가는 것을 경험한다는 건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처음에는 단지 온라인 상에서의 사진작품 공유만을 목적으로 만든 커뮤니티였고, 회원과의 어떤 인간적인 교류는 사실 기대하지도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활발한 의견교환과 모임에서의 인간적인 유대감등 나로서는 너무나 소중하고 값진 순간들로 가득차고 있다.김호식(EBS 제작기술국 시스템 운영팀)/ 언론노보 319호(2001.12.28)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