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언론의 윤리규정 <4> 프랑스 좌파신문-리베라시옹 기사에 형용사 부사의 교활한 사용까지 규제 "좋은 뉴스란 필연적으로 반론 따른다" 반론권 옹호 "전문가 분석가에 따르면…"은 나태한 기사, 실명 공개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랑스 신문을 크게 세가지 종류로 나눈다. 이 구분은 드골 대통령이 단행한 '나치협력 반역자 처단'에서 비롯됐다. 드골 대통령은 '언론인은 도덕의 상징'이라는 논리로 나치에 협력했던 언론인들을 가장 먼저 심판대에 올렸다. '프랑스판 반민특위'를 주도한 드골 대통령은 이와 함께 언론이 각계각층의 여론을 대변할 수 있도록 재편을 가속화했는데, 그 결과 나타난 것이 자본가들의 대변지 '르피가로', 지식인 중산층의 대변지 '르몽드', 노동대중을 대변하는 '뤼마니떼'와 '리베라시옹' 등의 구분이다. 사회당 좌파 성향의 신문인 리베라시옹은 필요할 경우 신문지면을 극우집단과의 투쟁의 공간으로 삼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97년 '체 게바라'의 시신발굴단을 쿠바로 투입하기도 한 이 프랑스의 신문사는 자신의 거침없는 주장에 걸맞는 엄격한 윤리규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리베라시옹 윤리규정은 '좋은 정보란 필연적으로 그에 대한 반론이 있는 정보'라고 규정하며 반론권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자신의 주장이 소중한 만큼 그에 대한 타인의 다른 시각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며, 의견의 충돌과 수렴이 진정한 '여론'의 역할이자 현대 민주주의의 근간임을 천명하는 내용이다. 리베라시옹은 거침없는 주장을 펴면서도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한 내용을 윤리규정에 담고 있다. 윤리규정은 '최소한 금기되는 사항 - 이해타산적인 정보선택으로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에서부터 기사작성 때 형용사·부사의 교활한 사용에 이르기까지 - 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은 투명하고 명확하게 그리고 작성자의 책임 하에 표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리베라시옹은 '타협주의(laxisme)'를 전형적인 아마추어 저널리즘의 특질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서의 타협주의란 '습관이나 반복에 의해 생겨난 사소한 이탈, 편파성'을 의미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윤리규정에서 몇가지 원칙들을 정해놓고 있다. 리베라시옹은 모든 정보의 출처를 엄밀하게 확인한다. 익명을 사용하는 것은 최소한의 예외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그 진실성은 입증되어야 한다. 즉 '연구가 전문가 분석가 외교관 기자 소식통' 등에게 의존하는 것은 나태한 기사임을 드러내는 관례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리베라시옹은 또 책임의 명확성을 위해 공공기관에 의한 공식적 성격의 정보가 아닌 한 다른 신문에 의해 이미 공개된 정보의 전부 내지 일부를 활용함에 있어서는 그 출처를 정확히 언급토록 하고 있다. 인용부호 역시 '기자가 직접 취득한 내용'만을 담을 수 있도록 했다. 리베라시옹 기자는 특정 기업과 제품에 대한 광고성 기사를 작성할 수 없다. 실명 또는 필명으로 행해지는 모든 기고행위는 편집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편집부는 해당 기고의 취지 또는 내용이 기본원칙과 반할 경우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 기자는 또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에 협력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기자는 상업광고 또는 금융광고를 다룬 기사에 실명 또는 필명으로 서명하지 못한다. 직원들의 저작물을 자신의 지면에 담는 데에도 엄격한 원칙을 정해 적용하고 있다. 불공정 의혹을 피하기 위해 기자와 직원 등 관계인의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문헌을 정해진 지면에만 게재할 수 있다. 또 해당 저작물과 관련한 기사의 경우 반드시 편집위원회에게 사전에 알려야 한다. 해당 기사에 저작자가 리베라시옹의 관계인이라는 사실을 적시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 경우 가치판단은 배제되어야 하며, 정보제공만이 가능하다. 윤리규정은 '리베라시옹의 이름이나 기자의 이름으로 취재여행 또는 체류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3자가 부담하는 어떠한 제의도 수락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취재목적을 위해 예외적으로 취재여행을 승인 받은 경우 기자는 어떠한 조건으로 취재여행이 이뤄졌는지 편집부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언론노보 319호(2001.12.28)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