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직필 산별노조 원년이 저물었다.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고 한다. 그러나 언론노조에게 이 말은 역부족인 듯 하다. 돌아보면 그 악전고투 속에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자랑스럽기도 하면서 앞을 보면 또한 첩첩산중이다. 올 한 해 언론노조의 화두는 신문개혁이었다. 명동성당의 농성장에서 프레스센터와 국회 앞에서 그리고 신문 방송사에서 우리는 함께 싸웠다. 회의와 토론회, 집회가 거의 매일 계속됐고 쓴 소주로 밤을 지새기도 했다. 뒤돌아볼 겨를도 없는 일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일 년, 우리의 노력에 비해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는 비판도 있다. 마땅한 비판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신문개혁투쟁은 일제 식민지와 분단체제에 편승한 거대한 기득권 세력에 하나의 파열구를 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시작의 위력은 대단하다고 우리는 확신한다. 생각해 보라. 지난 시기 신문 개혁의 문제가 우리 사회 아젠다로 자리 잡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불과 일 년 전과 비교해 언론을 둘러싼 안팎의 환경은 또 얼마나 바뀌었는가. 그러므로 신문개혁은 이제 시작이며 올 한 해 언론노조는 그 물꼬를 텄다고 감히 자부한다. KBS본부 위원장·부위원장 문제는 일년 내내 언론노조 활동의 발목을 잡았다. KBS본부가 언론노조 안에서 차지하는 인적 물적 비중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산별 원년의 신문개혁투쟁에 KBS본부가 온전히 결합하지 못한 것은 '천추의 한'일 수도 있다. 이래저래 KBS본부가 언론노조에 씌운 하중은 너무나 컸다. 한켠으로 KBS 문제는 산별노조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그리고 노동조합 본연의 활동에 대해 많은 교훈을 던졌다. 아픔은 컸으나 반면 교사로서의 역할은 충분했다. 어디 이뿐이던가. CBS지부 조합원들은 CBS를 살리기 위해 265일 동안 파업을 벌였고 그 고귀한 싸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일보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한국일보지부 조합원들의 싸움 또한 일 년 내내 계속되고 있다. 광주매일지부 조합원들은 독립언론을 세우기 위해 투쟁하고 있고 경남신문지부와 국제신문지부 조합원들은 회사 경영을 바로 잡기 위해 싸우고 있다. 우리는 정의로운 길을 가고 있다. 이 길에 함께 하는 우리 조합원 모두의 건투를 빈다. / 언론노보 319호(2001.12.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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