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태식게이트' - 우려의 소리 기사를 사고파는 세상 이른바 윤태식 게이트에 연루돼 매일경제 기자와 SBS 피디가 구속되고 조선일보 서울경제 등 많은 언론사 간부와 기자들 이름이 오르내리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사장을 빼고는 대부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니 남의 일이 아니란 생각에서다. 월드컵을 앞두고 세계인 앞에서 부끄러운 것은 냄새나는 화장실도 아니고 개고기 먹는 일도 아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엽기'라고 밖에 표현할 말이 없는 이런 일이 정말 부끄럽다. 제 아내를 죽인 살인범이 처벌받기는커녕 '빨갱이에게 아내를 잃은 피해자'로 동정 받고, 벤처 기업가로 변신해 재경부, 정보통신부, 경찰, 국회의원, 청와대, 언론계까지 주식으로 주물러 대통령까지 만나고… 살인범을 국가안보 영웅으로 만든 게 국가 정보원이었다면, 살인범을 벤처영웅으로 띄운 건 뇌물 먹은 언론이었다. 사이비 기자가 한 일도 아니고 스스로 언론고시에 합격한 엘리트로 자부하는 중앙의 신문방송 기자와 간부들이 저지른 일이다. 그것도 사주나 광고주 때문이 아니라 기자와 피디 자신이 돈 벌려고 저지른 일이다. 물론 일부가 저질렀고 검찰 의도도 있을 것이나, '국가 정보원도 언론사도 다 도둑놈 소굴'이라는 싸잡은 비난에 할 말이 없게 됐다. '왜 그렇게 노동자 서민들 얘기는 보도하지 않는가 했더니, 언론기사는 돈주고 사야 되는구만' '경제신문 볼 때는 돈 먹고 쓴 기사 아닌지 의심해야 돼' 야유 섞인 비난에 '다 그런 건 아니다'는 설명조차 구차하게 됐다. 더 절망할 일은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태도다. 자신들의 비리를 수사하면 '이상한 수사'이고 비리 언론인 명단은 '이상한 명단'이라는 '정말 이상한 보도'를 내보내는 자칭 1등 신문의 모습은 이번 일이 몇몇 사람이 아닌 언론계 전체의 자화상임을 드러내고 있다. 자사 피디의 범죄 사실을 별 일 아니라는 듯 넘어가는 방송은 이미 공정방송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정말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부끄러운 줄 알자. 정녕 몇몇이 문제라면 말없는 다수로 있지 말고 이 침묵의 절망을 깨주길 바란다. 그게 언론 노동운동 아닌가. - 손낙구(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언론노보 320호(2002.1.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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