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태식게이트' - 비판의 소리 일그러진 언론권력의 실체 2001년 한국사회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는 언론개혁이었다. 언론개혁은 민주적 저널리즘의 제자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다. 공정 사실보도 기능의 회복이 바로 언론개혁의 목표가 될 터이다. 이를 위한 한국언론의 발전 방향은 소유와 경영의 투명화와 합리화, 공정한 시장행위와 경쟁체제의 확립, 다원주의적 신문시장 구조, 수용자주권의 확립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실시한 언론사 세무조사를 통해 일그러진 언론권력의 실체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야당과 일부 곡학아세파 지식인들의 꼼수로 언론탄압논란에 휘말려 언론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언론개혁의 주요 기제가 될 정간법 개정과 언발위 설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언론 스스로, 또는 인론인 스스로 언론개혁에 소극적이었다. 언론의 주요한 기능은 국민여론의 올바른 전달과 부당한 권력에 대한 감시이다. 그래서 언론을 감시견(watch dog)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불공정·편파·왜곡 보도를 일삼는 오만한 언론은 이미 '사회적 공기'로서의 구실을 포기한 '사회적 흉기'이다. 깨진 목탁에서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바랄 수 없는 것처럼 깨진 '사회의 목탁'은 언론 본연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언론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은 언론이 정언유착의 틀 안에서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을 능가하는 권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언론의 존재 가치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건강한 여론을 형성할 '사회적 책임'과 '공중에 대한 봉사'가 바로 언론이 존재가치이다. 그러나 권력의 맛을 본 언론은 스스로의 권력을 누리면서 언론 본연의 임무를 포기했다. 언론은 권력의 유지, 확대에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이 같은 경향은 거대족벌언론일수록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지면을 사유화한 언론족벌집단은 건강한 여론 대신 자신들의 이익 추구에 유리한 여론의 형성에 바빴고, 공중에 대한 봉사 대신 언론사주에 대한 봉사에 치중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윤리는 실종되어 버렸다. 언론 자체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서 무한한 권력행사를 즐기고 있고, 언론인들도 올바른 여론형성과 사회발전에 기여하기보다는 잘 나가는 직종 종사자로서 누리는 특권적 혜택의 달콤함에 빠져버린 것이다. 출입처나 취재대상으로부터 받는 촌지는 언론인의 붓을 비틀거리게 만들었고, 골프접대나 무료취재여행은 언론인의 눈과 귀를 가렸다. 최근에 진행중인 이른바 '윤태식 게이트'의 수사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와 더불어 언론인들이 연루되었음이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수사 대상자 50명 가운데 절반인 25명이 문제의 패스21 주식을 소유했으며, 일부 언론인은 구속되기도 했는데, 수사가 좀 더 진척되면 더 많은 언론인이 구속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안팎으로 언론인들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는 법이다. 언론윤리와 언론인의 윤리가 심각한 여론과 사법의 도마 위에 오른 지금이야말로 언론과 언론인이 국민의 언론과 신뢰받을 수 있는 언론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언론과 언론인은 더 많은 시련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해 10월에 발표한 언론의 자정선언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언론자유를 스스로 수호하기 위해서 청렴성을 바탕으로 공정보도를 통해 사회적 공기로서의 언론의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는 언론자정선언은 언론노조의 표현대로 언론개혁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언론이 바로 서지 않으면 사회가 바로 서지 못하고, 언론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른 분야의 개혁도 불가능하다, 언론인이 밝은 정신으로 깨어나고, 그래서 언론이 제 자리를 찾아 병든 감시견이 아닌 건강하고 충실한 감시견이 될 것을 기대한다.- 손혁재(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언론노보 320호(2002.1.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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