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직필 산호세머큐리뉴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발행되는 지방신문이다. 마약밀매의 이익금을 CIA가 지원하는 니카라과 반군에게 넘겼다는 특종으로 유명하지만, 엄격한 윤리규정으로 더욱 유명하다. 이 신문은 자신과 타인의 금전적 손익을 위해 기사 쓰는 일을 금지한다. 가족이 건물을 소유하면 해당지역 부동산 기사도 쓰지 못한다. 주식을 보유한 특정회사의 관련기사를 작성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촌지도 달력이나 열쇠고리처럼 5달러 미만으로 한정했다. 프랑스 좌파신문 리베라시옹은 상업 금융 관련 광고성 기사작성의 금지는 물론 형용사 부사의 교활한 사용까지 제한하고 있다. 전 SBS PD가 사기혐의로,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가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됐고 뒤로 20여명이 대기하고 있다. 대부분 경제분야 관련 업무종사자 들이다. 직종별로는 신문 방송 통신을 망라하며, 직위별로는 일선기자 PD 부장 사장까지 고하가 없다. 그동안 언론인의 비리는 비교적 간헐적이고 소수이거나 거간꾼 역할을 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제는 조직적이고 대형화하고 있으며 죄질 또한 추악하여 낯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번 사건은 사회적 비판 기능을 수행해야 할 언론인이 그 비판 도구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PD가 프로그램의 방영을 막아주겠다고 10억원을 요구하여 주식과 현금 법인카드를 받아썼다는 혐의사실, 기자가 홍보성 기사를 써준 대가로 억대 금품을 받았으며, 나아가 특정회사의 로열티가 연간 36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보도가 활자로 인쇄됐다는 현실 앞에 할 말을 잃는다.언론인이 국민으로부터 알권리의 전달자로서 권한을 위임받았다면 책임 또한 수반되어야 한다. 해당 언론인은 법적 판단에 앞서 도덕적으로 정당한가, 스스로 의혹에 대한 해명에 나서야 할 것이다. 언론노조는 자본주의에 오염되어 돈에 눈 먼 비리 언론인들을 단죄해야 마땅하다는 입장을 천명하며, 산호세머큐리뉴스나 리베라시옹처럼 지난해 제정한 자정선언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강제되며 실천될 수 있도록 철저한 감시활동에 나설 것이다. / 언론노보 320호(2002.1.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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