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실위 보고서> 정부가 지난 1월 8일 주택가격 안정대책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한동안 잠잠하던 서울 강남의 8학군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치동 일대에 밀집된 명문학원이 이 지역 아파트값 급상승의 주범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모든 종합일간지들이 시리즈, 기획기사, 르포, 칼럼 등을 통해 자녀교육 때문에 강남으로 몰려드는 현상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촉구한 것은 시의적절한 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사전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경쟁적으로 특집기사를 마련하다보니 원인 분석과 대안 제시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문제점을 부각하는 데만 급급해 오히려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유명강사 1인 월 100만원"(9일 중앙 27면), "학원 관계자에게 돈봉투 건네며 자리나면 먼저 연락해달라고 주문하는 학부모가 수십명"(9일 한국 3면), "교육비 연 수천만원 펑펑"(10일 문화 강남공화국①), "아이들도 강남으로 보내주지 않으면 공부하지 않겠다는 투정이 심해져 골치"(10일 세계 31면) 등 극단적 사례만을 나열하거나 선정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11일자 동아 33면의 '대치동 여고 2년생 24시간 동행취재'나 17일자 경향 30면의 '강남 최대 학원 밀집지역 생생 르포'도 강남지역의 비정상적인 교육열풍을 고발하는 것에만 머물러 학부모와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보도가 환부를 드러내 치료하도록 주위를 환기시키기는커녕 상처를 덧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하면 이 역시 지나치게 선정적인 표현일까.이에 비해 22일자 한국 33면의 '수다난타-대치동 엄마들'에 실린 "매스컴의 사교육 얘기가 대치동 사는 내 눈에는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는 것 같아요" "대치동 붐은 대치동 사람들보다는 외부인들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에요" "대치동이 학원이 많아서 금액은 상대적으로 저렴해요" 등의 생생한 발언은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대치동 열풍의 해결책을 둘러싼 신문간의 논조 차이도 눈에 띈다. 조선은 9일자 사설을 통해 "고교 평준화정책 재검토가 더 실효성있는 대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12일자 김대중 칼럼에서는 "교육붕괴의 핵심 원인이 바로 평준화"라고 단언했다. 대한매일 사설도 "전국 어디에서든 명문고의 지원이 허용될 경우 강남 집값의 거품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반면에 동아 사설은 "평준화 재검토는 성급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가 12일자에서는 평등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설위원 칼럼(동아광장)을 실어 엇갈린 태도를 보였다. 중앙과 경향은 "강남 못지 않은 교육여건을 갖춘 새로운 지역을 육성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만큼 깊이있는 분석과 논리 전개를 담은 기획기사나 칼럼은 어느 신문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한편 중앙 22일자 홈스터디 섹션은 유아교육 열풍과 학습지의 효용을 소개하는 내용으로만 꾸민데다가 학습지 광고로 지면의 절반 이상을 채워 독자들의 교육열을 이용한 상혼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민주언론실천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