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 행복합니다] 프레드릭 르봐이예 『폭력없는 탄생』(샘터)- 아기의 눈으로 탄생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프랑스 산부인과 전문의가 저술한 생명에 대한 감동얼마전 딸 아이를 낳았다. 막 백일이 지났으니 아직도 갓난아기다. 늦게 낳은 아기여서인지, 요즘 나는 이 아기를 보면서 한 생명의 탄생이라는 것이 참으로 눈물겹도록 경건한 일이라는 사실을 배우고 있다. 아기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읽은 책이 한 권 있다.『폭력없는 탄생』이다. 그 때 나는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면서 숨을 죽였다. 충격과 감동, 저런 말이 생각났다. '인간에 대한 예의'였다. 나는 지금도 종종 이 책을 들여다본다.이 책은 소위 르봐이예 분만법을 창시한 프랑스의 산부인과 전문의 르봐이예가 쓴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분만 가이드북이 아니다. 아기의 출생 과정을 통해 인간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배울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르봐이예 박사는 책 첫머리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아기의 출생을 아기의 눈으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엄마의 몸 밖으로 나오는 출생을 아기 스스로는 폭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말 그렇다. 지금까지의 많은 출산은 산모 중심 혹은 의사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정반대다. 아기의 입장에서 본 출산이다. 그렇다보니 시각이 근본부터 다르다. 거의 암흑에 가까운 엄마의 뱃속에 있다가 태어나는 아기에게 이 세상은 너무나 시끄럽고 눈부시고 그런 곳이다. 그렇다 보니 아기에게 빛이나 이 세상은 희망이 아니라 고통이요 폭력이다.르봐이예 박사는 그래서 이렇게 권유한다. '아기는 약간 어둡고 따뜻한 방에서 조용히 친절히 받아야 한다. 탯줄을 즉시 자르지 말고 아기를 엄마 배 위에 5, 6분 엎어 두었다가 탯줄의 박동이 그친 뒤 잘라야 한다. 그래야만 아기는 심히 울어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내 눈을 뜨고 주변을 살피며 적응하기 시작한다. 그리곤 평온한 숨소리와 표정으로 잠든다. 그 아기는 평화롭게 숨쉬는 사람으로 커간다.'사실 우리는 아기의 탯줄을 너무 일찍 자른다. 아기를 생각해 몇 분 정도만 숨 고르고 잘라도 될 것을, 무엇이 급한지 나오자마자 자른다. 그건 아기에게 분명 폭력이다.'아기는 어떻게 이 세상에 올까. 호흡을 통해서다. 첫 호흡을 할 때 아기는 문지방을 넘는 것이다. 크나큰 변화, 진정한 혁명, 이제까지 탯줄을 통과해 흐르던 피가 이제는 아기의 폐 속으로 탐험해 들어간다. 호흡을 통하여 스스로의 폐로 자기 피를 산소화한다. 그럼으로써 아기는 자율과 독립과 자유의 길을 택하는 것이다. … 이 세상에 태어나는 아기에게는 허파에 들어가는 첫 공기의 뜨거운 감각보다 더 놀라운 공포가 없을 것이다. 속까지 타들어가는 느낌에 전신이 전율한다. 몸서리친다. 항의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 적을 물리치려고 전력을 다한다. 이것이 바로 아기의 첫 울음소리다.'아기의 눈으로 아기의 탄생을 말하는 이 책의 시각이 정말 아릅답고 경건하다는 사실, 이것을 말하고 싶다. 아기가 태어날 때, 탯줄을 몸에 달고 엄마 배 위에 엎드려 있던 아기에게 "수고했구나, 우리 아가. 아빠가 축하한다"고 말했다.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기가 나를 보고 슬며시 웃는 것 아닌가. 눈물이 났다. 평생 잊을 수 없다.- 이광표(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언론노보 321호(2002.1.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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