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식게이트' - 언론인 윤리회복 기획좌담] 언론단체연대 비리 상설감시기구 필요 언론을 사적이익의 도구화 국민들 깊은 절망감 일벌백계 차원서 명단공개 등 단호히 처벌해야 "언론노조-기자협회-PD연합회-민언련-언개연 대표자 모여 자정실천계획 마련하자"<참석자>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 김문환 SBS 기자안수찬 한겨레 기자이정호 언론노조 정책부장 <사회>이광이 언론노조 선전홍보국장 <때> 2002년 1월 23일<곳> 한국언론재단 12층 연수센터 권력형비리인 '윤태식 게이트'에 언론인이 무더기로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회적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땅에 떨어진 언론인의 도덕성을 규탄하는 동시에 윤리의식 회복을 촉구하는 각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언론노조는 기획좌담을 마련, 대안을 살펴봤다. 좌담회는 지난 23일 한국언론재단 12층 연수센터에서 열렸으며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 안수찬 한겨레여론매체부기자, 김문환 SBS기자(노보편집주간), 이정호 언론노조 정책부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이광이 언론노조 선전홍보국장이 맡았다. 안수찬 : 현업기자들 스스로가 지면을 사유화하고 기사를 사적 이익의 도구로 이용하는 도덕적 해이와 파탄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절망감을 느낀다. 30여명의 언론인이 연루되었다면 수많은 벤처기업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그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고 추측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정말 그런 사실이 횡행하느냐의 문제는, 특정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확보한 기자 개인이 취재원과 거래관계를 가지면서 저질러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드러나고 있지는 않다.김문환 : 언론계 업종과 지위고하가 망라되어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언론이 이렇다면 우리 사회 전체는 어떻겠는가. 무엇보다 반성이 없다는 것이 제일 큰 원인이다. 잘못이 있었을 때 반성 하고 새롭게 나아가야 한다. 어느 언론사도 먼저 나서서 뼈저리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곳이 없다. 또다른 게이트에 묻혀 슬그머니 사라지면서 제2, 제3의 사건으로 되풀이되고 있다.최민희 : 이번 사건에 언론인이 무더기로 연루되지 않았다면 언론이 가만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막연한 언론정화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단기적인 목표를 세워 해당언론사 징계 등 이번만큼은 1개 언론사만이라도 성과를 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문제들이 언론사 내부 자성보다는 독자들의 인식이 좀더 신장되고 힘의 균형관계가 맞춰지면서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문환 : 언론을 향해 사회각계에서 부끄럽게 느끼고 반성하게 만들어주는 외부적 충격이 필요하다. 프랑스는 독일나치의 부역자 중 최종 800명을 사형에 처한 뒤 사면조치를 취했는데 유일하게 언론을 제외시켰다. 언론은 그 사회 양심의 지표이기 때문이고 언론이 무너지면 다른 모든 분야가 다 무너지기 때문이다. 르몽드의 기자들에게는 결탁이라든가 하는 개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언론 도덕성이나 지표를 높게 잡을 필요가 있다.안수찬 : 이번 사건은 개개인의 선악보다는 언론계의 구조적 측면에 기인한다. 술과 밥의 향응에서 10만원으로, 1백만원으로, 주식으로 승용차로, 스스로 설정한 도덕적 경계가 해가 묵을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더욱 기자라는 직업군은 평균 중산층이상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런 엘리트의식을 갖고, 풍부한 사회적 문화적 자본을 갖고 성장한 개인이 40대 이후 직업적 전망이 부재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때 한국사회에서 돈과 재력을 대안으로 삼고 나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들 똑바로 정신차려야 돼'라고 얘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도덕의 경계를 넘어서는 언론인들에 대해서는 단호히 처벌해야 한다. 언론사의 자체 징계수준을 넘어 법적인 강제가 필요하다.이정호 : 수서비리 사건 이후 대부분 언론사는 자체윤리규정을 마련했으나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처벌조항이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징계위에 회부조차 안되며 처벌사례가 없음은 물론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자들 스스로 물질적 유혹을 이겨내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살아있는 윤리규정의 제정이 시급하다. 한편으로 이제는 독재권력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본권력, 즉 사주의 이익에 대한 투쟁을 해야되지 않는가 생각된다. 올림픽과 증면경쟁으로 매출액이 늘어날 때 노조들이 단협에 윤리강령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들이 미진했다고 지적할 수 있다. 공정방송위원회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보다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김문환 : 협찬이나 광고가 따라붙지 않으면 방송제작이 안되는 현실 속에서 프로그램 제작자가 편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거기에 윤리의식이 끼어 들 틈은 없다. 기사가치와 홍보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 정확한 기준을 세우고 과감한 규제를 가해야 한다. 나아가 시청자, 독자들이 감시자가 돼 항상 제보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이런 문화가 바뀔 수 있다.안수찬 : 적어도 언론인 비리에 대해 검찰 수사나 법적인 처벌의 실현성은 희망적이지 않다. 상시적으로 언론권력을 상호 감시할 수 있는 예컨대 '언론계 밀렵감시단'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 보사부 촌지사건의 경우도 한겨레만이 외부자로서 침묵의 카르텔을 향해 돌을 던졌던 것이다. 기자실을 폐쇄하자는 운동을 전개하기 이전에 그 폐해에 대한 기사들을 계속 보도하면 된다. 기사를 오독하지 말라는 식의 매체비평에 머물 것이 아니라, 매카니즘 자체에 펜끝과 돋보기를 들이대고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한다. 이러한 여론 속에서 마지노선을 정해야 한다. 곪은 상처를 환부별로 잘라내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드러내는데서 부터 시작해야 한다.최민희 : 사회전체가 해결해야 할 장기적 과제가 있을 것이고 언론계 내부나 대안언론이 해야할 역할이 있다. 민언련의 경우 두 번의 집회와 1인시위 등을 진행하고 있다. 각 언론사로 명단 공개 등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이에 답변한 언론사는 없었다. 무엇보다 이번만큼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반성하게 만들어야 된다. 이번 비리에 연루된 해당 언론사가 명단을 공개토록 하고, 자체 징계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언론노조와 기자협회 PD연합회 등 현업언론단체와 민언련 언개련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시급히 대책회의를 열어 각 사별 항의방문, 사후 조치 및 명단 공개 촉구 등 구체적 일정을 마련해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 한시적인 공동기구를 조직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리=이영순기자 / 언론노보 321호(2002.1.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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