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 우등보다는 개근을 위해디지털 관련 집회가 있던 날 광화문 네거리에는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불었다. 조합전임을 마치고 중계팀으로 복귀한 후 세종문화회관으로 첫 녹화를 나갔다. 오랜만에 현업에 임하느라 다소 설레는 마음으로 장비를 설치하고 오후 리허설을 준비를 했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를 들으며 문득 언론노조와 오케스트라를 비교하는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언론노조 위원장이 오케스트라 지휘자이다. 2만여 언론노동자를 지휘하는 '언론노조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연주의 아름다운 화음과 색깔을 만들어 낸다. 또한 신문은 현(string)파트, 방송은 목관, 인쇄는 금관파트 등으로 대충 나누자. 이들이 모두 모여 각 사업장, 광화문, 한나라당사, 법원 무대에서 하는 규탄집회는 국민들에게 들려주는 일반공연일 것이다. 지난해 신문개혁운동과 같은 특별공연도 갖는다. 일반 연주회든 간에 연주자 모두가 모여 멋진 화음으로 연주를 해야 한다. 더욱이 더 많은 연주자들이 모여 웅장한 공연이었으면 말할 나위 없이 좋겠다.2월 1일 언론노조오케스트라를 이끌어 갈 지휘자를 선출한다. 새로운 지휘자 아래 웅장한 공연을 준비해 갔으면 한다. 지난해 전임을 맡으면서 우등지부보다 개근지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언론노조위원장과 신문, 방송, 인쇄 등 모든 지부가 대동 단결해 오케스트라처럼 웅장하고 힘찬 투쟁의 한목소리를 내면서 언론노조가 진정한 산별정신을 바탕으로 민주언론을 완성하도록 전진했으면 좋겠다. 2만여 언론노동자가 한 목소리로 '투쟁의 행진곡' 그 날을 위해 산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스스로의 책무를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 이호준(EBS 전 위원장)/ 언론노보 321호(2002.1.26)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