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규정 처벌조항 없어 언론사 윤리강령 '종이호랑이'91년 수서비리 계기로 윤리강령 일제히 선포… 실천 강제할 시행세칙 필요 ■ 각언론사 윤리강령 기자준칙 분석 윤태식 게이트에 언론인들이 대거 연루된 가운에 언론인들의 도덕성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다. 이번에 연루된 언론사 대부분은 자체 윤리강령을 갖고 있다. 각 사 윤리강령의 특징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대부분 91년 하반기에 만들어졌고, 나머지 하나는 대단히 엄격하기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이 91년 11월, 조선일보가 같은해 12월에 윤리강령과 기자 준칙을 발표했다. 윤리강령 선언이 붐을 이뤘던 91년은 거의 전 언론사가 수서비리 관련 촌지사건으로 홍역을 치룬 해다. 그 해 3월 수서비리 때 기자들이 한보그룹으로부터 촌지와 함께 로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이 높았다. 당시 언론노련은 임시 중앙위를 열어 '언론자정운동'을 선언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또다시 보사부 기자단 촌지사건이 터져 여론이 들끓었다. 언론사들은 앞다퉈 윤리강령을 발표하고 직업윤리를 확립하겠다고 다짐했다. 당시 여론 때문에 급조된 윤리강령은 언론인들의 직업윤리에 대해 매우 엄격한 규제조항을 담고 있다. 직접 금품을 비롯 주식 등 유가증권 일체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동아일보의 경우 금품은 물론 특권도 거부하며 보도활동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을 회사가 부담토록 했다. SBS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 여행 경비조차 받지 못하도록 했다. KBS는 방송강령에 '보도에 있어 상업적 영향력을 배제한다'는 문구를 담았다. 그러나 한꺼풀 벗기면 본질이 나온다. 조문은 매우 엄격하지만 어겼을 때 처벌규정이나 사후대책은 하나같이 없다. 결국 선언적 의미의 윤리강령에 그치고 있다. 경향 동아 한겨레 매일경제 등이 실천요강과 관련해 윤리위원회를 두고 윤리강령에 대한 심의기능을 확보해둔 정도다. 그나마 윤리위원회에 대한 운영세칙이 마련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러다 보니 처벌 사례도 없다. 대부분 문제가 터졌을 때마다 사규에 의한 퇴사 정도에 그쳤다. 오히려 이번 사건으로 자사 출신 언론인이 첫 구속된 SBS가 '강령을 어겼을 때 소속 국장이 심의를 거쳐 인사위원회에 처벌을 위임한다'는 부칙을 갖고 있다. 조속히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기구를 통해 진상조사, 심의, 처벌권을 단체협약 등으로 확보해야 할 것이다./ 언론노보 321호(2002.1.26)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