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80만원 노동단체 상근 변호사 9명 명예도 실리도 없는데… 그들은 왜 그렇게 살까 임금 80만원을 받는 변호사. 변호사가 통상 돈벌이하는 수준으로는 하루벌이에나 미칠 금액이지만 딱히 그 돈을 월급으로 받고 일하는 변호사가 우리나라에 9명 있다. 민주노총 권두섭 김영기 강문대 권영국 박현석 전형배, 금속연맹의 김기덕 박훈 김성진 변호사가 그들이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갖고 있으며, 왜 그렇게 살까. 이념과 입장을 적절히 절충하면서 변호사 수임업무와 시민운동을 겸해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과 명예도 실리도 없는 노동조합 상근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통상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법조인들은 신문에 칼럼을 쓰고, TV토론에 단골로 불려 다니고, 활동경력과 무관하게 중책을 맡으며 한편으로 자유롭게 외부소송을 수임한다. 그에 반해 노동단체의 상근 변호사들은 여느 채용상근자처럼 말단직책에서 시작하며 외부 수임은 일체 받지 않는다. 고졸 초임 이하의 저임금을 받으며 고집스레 버티고 있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2월 용인의 한국노동교육연구원에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3일간 노동법교육을 했을 때 권두섭 변호사는 층층시하 차장(법규)이라는 직책에 맞게 방마다 인원을 체크하며 "이불이나 배게 모자라는 동지 계십니까"라고 외치고 다녔다. 권 변호사는 2년전 민주노총 조직쟁의실 9명의 상근활동가 중 막내인 법규차장에서 출발해 지금도 차장이다. 그는 지난해 노동조합법으로 합법노조는 만들었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사용주의 억지에 맞서 싸우던 한 학습지 교사노조의 법률지원을 맡다가 조합원중 한사람과 결혼했다. 변호사로서 처음으로 노동운동에 투신해 법률노동운동이라는 사각지대를 헤쳐가고 있는 개척자로 금속연맹 김기덕 법률원장을 꼽는다. 그는 산별노조에 대한 노동법의 허점과 모순들을 파헤치며 법률을 개정하고 검사와 판사들의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한 운동을 펴 나가고 있다. 대학을 거쳐 사시에 합격하기까지 찢어지는 가난을 함께 했던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후배가 자문이 아닌 상근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들겠다고 할 때 "처음엔 말렸다"고 한다. 취학기에 접어든 두 아이의 아버지였고, 우유배달로 뒷바라지 해 준 아내가 있었고, 평생 영업용 택시 운전사로 운전석에서 과로로 세상을 등진 아버지, 그리고 홀어머니의 고통스러운 과거가 있었기에 손 실장은 그가 좀 넉넉하게 살았으면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현실과 수십년은 뒤떨어진 노동법 체계를 바로잡는 일에 전념하며 끝내 빚을 내 금속연맹 노동법률원을 만들었다. 그것을 효시로 다음달 민주노총에 법률원이 개원하며, 5명의 변호사가 그 안으로 뛰어들었고 80만원짜리 '위장취업' 변호사는 9명으로 늘었다. 기득권을 초개처럼 던져버린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아버지가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로 헐벗은 가난 속에서 커왔다는 것. 권두섭 차장은 "나는 내가 배부르기 위해 공부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는 것은 고단했던 아버지의 삶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 노동자들이 다시 먹을 것 없는 절망의 마을로 돌아가지 않도록, 거기 법을 배운 전태일의 후예들이 새 집을 짓고 있다. <이정호 언론노조 정책부장>/ 언론노보 321호(2002.1.26)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