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행정부 대북강경 발언이후 국내신문 논조보수주의 위에 친미사대가 있는가. 국익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다는 보수언론들이 미국을 향해서는 꼬리를 슬며시 내린다. 부시 미국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발언한 이후 한국의 보수 언론의 태도가 그랬다. 미국이 대북 강경정책을 강도 높게 천명함으로서 한반도에는 신냉전의 먹구름이 밀려들고 있다. 민족의 생존권 차원에서 부시의 군사적 모험주의에 맞서자는 신문(한겨레 5일자 사설)이 있고 자주외교를 주장하는 신문(한국일보 2일자 사설)도 있지만 대다수 국내 언론들은 미국을 향해 목소리를 내기보다 한국정부를 비판하거나 한미 공조복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기 바빴다.정부에 대한 비판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두드러졌다. 이들은 北-美마찰이 정부의 외교 실패 탓이며 안이한 대북시각이 부른 것이라며 햇볕정책에 대한 공격에 열중했던 것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지금의) 사태를 현정부의 기존의 집념으로 해석하려는 나머지 상황에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은 없어야(3일자)"한다며 지금의 상황은 "햇볕정책에 근본적인 성찰과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2일자)"고 주장한다.동아일보 역시 '미국의 북한 불신 뿌리 깊은데'라는 제목의 31일자 사설에서 "양국의 대북인식이 이토록 다른 이유를 규명해야"한다며 "한국정부가... 검은 북한을 하얗다고 오판한 것이라면 즉각 바로 잡아야한다"고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또한 2일자에는 '南이 퍼줄때 北은 핵개발'이라는 제하에 "햇볕정책의 효능만 믿고 북한이 하라는 대로 따라 간 정부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고 정부를 몰아세웠다.두 신문은 정부 때리기에 급한 나머지 이 사태를 촉발시킨 미 행정부의 무모한 정책에는 관심이 없는 듯 하다.오히려 한국이 미국의 대북인식을 따르지 못하는 것 자체가 큰 일이라는 듯 생각하는 것 같다. 한반도 긴장이 높아져 전쟁에 준하는 사태가 올 경우, 민족의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들 신문은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말조차 꺼내지 않는다. '악의 축' 발언 직후 세계각국의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부시를 비판하고 나섰다. 심지어 미국내 대부분의 언론들도 부시행정부 대북강경책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미국안에서 조차 지지 받지 못하는 정책에 대해 국내 보수언론들은 입도 벙긋 못하고 있는 꼴이다. 이러한 태도가 사대주의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약소국 언론의 한계인지 모르겠지만 남 보기 부끄러운 모습이다.또다른 신문들은 한미공조에 지극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공조회복에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중앙일보 경향신문 문화일보 국민일보 등은 한미공조회복을 하고 북미간 중재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경향은 (미국에) "대북 유화정책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해야(1일자)"한다며 "대통령이 나서 담판을 지을 것(5일자)"을 촉구했다. 중앙은 "부시 대통령의 대북강경정책이 한반도 평화에 위해가 되는 현실에서 부시방한 이전에 그 간극을 메우는 작업이 최우선 과제(5일자)"라며 미에 특사를 보낼 것도 고려해 볼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미국의 일방적인 대북정책에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한반도의 긴장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이들 신문들의 주장은 국력이 약한 우리나라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할 유일한 방안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부에 이것을 주문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두 나라의 공조란 이익이 공유되어야 한다. 지금의 미국처럼 자국의 이익만을 강조하면서 동맹국의 정책은 안중에도 없다는 식은 곤란하다. 이 상황에서 미국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분석 없이 무조건 공조를 복원하라고 정부의 등을 떠미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힘이 곧 정의인 국제외교 현실에서 미국의 협조 없이 한반도 평화는 요원하다. 결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상당수준 미국정책을 받아들여야 할 판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국민여론을 대변하는 본연의 책무가 있다. 한반도에 파국을 몰고 올 수도 있는 미국의 정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하고 정부에 당당한 협상자세를 요청하는 것은 국익을 위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미국적 시각에 길들여진 보수언론들의 자성을 촉구한다.<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민주언론실천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