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과 대립 넘어 대화합의 길로 지난 1년 KBS기능 마비 공정보도 조합원권익 후퇴"노조 기본은 도덕성" 교훈, 모두 성숙한 모습 필요■ KBS사태…지나온 과정과 앞으로의 과제 언론노조 KBS본부가 오랜 파행 끝에 정상화의 길로 접어듦에 따라 언론노조는 정당성과 도덕성을 재확인했으며 산별 조직체제를 더욱 공고히 갖추게 됐다. 특히 KBS본부는 빠른 시일 안에 위원장 보궐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해 노동조합으로서 본연의 역할과 임무를 되찾게 될 전망이다.조합원 4천7백명 최대조직그동안 KBS 문제는 언론노조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KBS본부는 조합원 4700 여명으로 언론노조 전체 구성원의 30%이상을 차지하는 최대조직이다. 그러나 조합비를 납부하지 않는 것은 물론 중앙에 파견한 상근자의 전임해제 조치를 취함으로써 언론노조는 재정적 조직적 타격을 받았으며 수많은 현안사업들이 제때 추진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어왔다.무엇보다 KBS 사태는 노조라는 이름의 가장 기본적 소양인 도덕성의 상실로 인해, 언론사 노조가 동시에 갖춰야 할 노동운동적, 언론운동적 역할을 전혀 실행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폐해가 컸다. 그리고 그 피해는 노동자와 조합원에게 떠넘겨졌다. 먼저 이용택 강철구 집행부는 KBS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 가운데 부정적 측면을 비판 견제해야 할 언론사 노조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의 산하조직으로 주5일근무 쟁취, 노동법 개악저지 투쟁을 수수방관했으며, 지난해 언론노조가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대중적 지지를 얻었던 언론개혁문제 역시 외면했다. 공정방송위원회 활동이 중단되면서 '가뭄파업'으로 대표되는 수많은 불공정 방송 행태에 대해서도, KBS 시사고발프로그램의 후퇴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노조 기능상실 조합원에 피해MBC가 해외특파원 자녀 등록금 지원조항을 신설하면서 단협 투쟁을 전개할 때, KBS는 기존의 자녀학자금 지원조항을 융자로 사실상 폐지하는데 사측과 동의했다. 퇴행적 인사제도의 개악에 합의함으로써 '8년 자동승진제도'가 폐지되고 사측에 인사 전횡의 길을 열어줬다. 이로써 KBS는 민주화투쟁, 방송법 개정투쟁 등 10여년간 쌓아올린 공영방송 노조로서의 명예와 정신을 상실한 채 '난파선'으로 침몰해 갔던 것이 사실이다. 언론노조는 지난해 2월19일 '여성1백인 위원회'가 강철구 부위원장의 상습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지 3개월만인 5월10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강씨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KBS 창사기념품 선정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한 이용택 위원장에 대해서도 7월 12일 제명했다. 언론노조는 두 사안에 대한 자체진상조사 결과 강씨의 경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파렴치한 행위로 규정지었으며, 이씨의 경우 역시 위원장의 자격을 상실한 부도덕한 행위로 판단하여 극약처방을 내렸다. 두 사람은 그러나 노조 직위를 사퇴하지 않은 채 언론노조와의 심각한 갈등을 촉발시켰으며, 10월19일 조합원 90.7%의 찬성으로 탄핵처분을 받았다. 두 사람은 '탄핵무효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하면서 끝내 물러나지 않자 지난달 KBS기자 조합원 161명이 노조를 탈퇴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결국 서울지법이 지난 2월21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함으로써 이·강씨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퇴하면서 파국을 맞았다. 법원은 KBS를 언론노조의 산하 본부로 규정하고 제명과 탄핵에 위법성이 없음을 확인, 제명과 탄핵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많은 상처 남기고 일단락1년2개월을 파행으로 치달아오던 KBS사태는 노-노 갈등이라는 많은 상처를 남기고 일단락 됐다. 언론노조는 'KBS 정상화에 즈음하여'라는 논평을 통해 '노동조합의 부도덕성에 대한 분노와 좌절, 총체적 불신과 분열에 대한 절망, 노조의 기능마비로 인한 사측의 횡포와 억압 등 일련의 사태를 겪은 KBS조합원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면서 '불신과 대립을 해소하고 이제 대화합의 장으로 나서자'고 호소했다./ 언론노보 324호(2002. 3. 6)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