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개정 투쟁의 성과와 전망2001년 11월 19일, 방송위원회의 채널 정책 발표로 야기되었던 지상파 방송의 위성 재송신 문제가 해를 넘겨 4개월을 맞고 있다. 채널 정책 발표이후 지역방송협의회에서는 방송회관에서 농성을 계속해 왔고, 지방자치단체, 지역의 시민단체, 지역 언론학회가 중심이 되어 채널 정책의 부당성을 항의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결국 방송위원회의 채널 정책 발표로 인한 후유증은 방송위원장 사퇴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물론 여야 합의를 통해 방송법 개정을 위한 상임위 통과이후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의결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지역방송의 존재와 역할, 그리고 위상에 대해 많은 것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사실 지역방송은 지역사회 발전과 지방자치제 정착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커뮤니케이션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앙집권적 구조와 지역주민들의 무관심, 그리고 지역방송인들의 적극인 자세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어 왔다.그러나 지역방송의 문제는 단지 지역방송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방송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이 공식적으로 표출된 것은 2001년 5월 3일 부산에서 열린 제 1회 언노련 세미나에서였다. 이 세미나를 시작으로 작년 한 해 여러 차례 지역방송과 관련된 세미나가 열렸고, 그러한 상황에서 지상파 위성 동시 재송신 문제가 화두로 등장하게 되었다.이러한 과정에서 지역방송의 위상과 관련하여 제기되었던 사항들을 통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들을 생각해보고자 한다.첫째, 이번 논의에서 지역방송의 위상을 비교적 낮게 보는데에는 기본적으로 '서울은 전국'이라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 역시 하나의 지역사회일 뿐인데 서울과 지방을 둘로 나누어 서울이 지방보다 좋은 곳으로 생각하는 의식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한국사회에 그렇게 많은 언론이 존재하지만 서울 지역의 여론과 정서, 문화를 대변할 수 있는 언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둘째, 지역방송의 구조적 한계는 외면한 채 지역방송의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주장들이 많았다. 지역방송이 지역사회에서 주민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단지 지역방송인들의 무사안일한 의식에서 연유된 것으로 주장하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지역방송인들이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 해왔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방송이 지역사회 발전이나 지역문화 창달을 위해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구조적 한계 속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담당해왔던 지역방송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셋째, 작년 한 해, 세미나와 연구를 통해 지역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층이 형성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방송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결국 향후 지역방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컨텐츠 제작 능력을 강화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지역방송협의회에서는 지역방송사들이 연합하여 위성 채널에 PP로 참여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 중에 있으며, 지역방송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접근도 시도할 예정이다.지역방송의 존립과 관련하여 볼 때 지상파 위성 재송신 문제가 하나의 화두였던 것만은 틀림이 없다. 특히 지역 MBC 계열사와 민방들이 공동으로 "무너지는 고향, 지방은 없는가"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세 차례에 걸쳐 생방송함으로써 지방분권의 중요성을 제시하고, 지역방송 문제 역시 지방분권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여 이를 여론화하였다는 것은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지상파 위성 동시 재송신과 관련된 방송법 78조의 개정이라는 크나큰 성과를 얻게 되었다.그러나 지역방송의 앞날은 여전히 어렵고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술발전으로 인한 뉴미디어가 매체환경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방송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지금부터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방송법 개정을 위한 지역방송인들의 노력과 단결,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얻게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에서 지역방송이 제대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분발해야 할 것이다. - 정상윤 (경남대학교 정치언론학부 교수)/ 언론노보 324호(2002. 3. 6)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