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파업보도 위해언론노조 자정실천 요청언론노조는 철도 가스 발전산업 등 3대 공공부문 파업이 지난달 25일 새벽 4시를 기해 시작된 것과 관련, 이날 오전 각 지부 본부와 단위노조에 파업관련 보도협조를 요청했다. 언론노조는 지난해 11월 결의한 자정선언 가운데 보도의 차별금지, 주관적 가치판단 금지, 소외계층 및 인권보호 등 파업관련 부분을 발췌, 보도책임자에게 공정한 보도태도를 취해줄 것과 노조에서 민실위 의제로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파업보도는 지난해 '가뭄파업' 보도보다는 비교적 감정적 논조를 피하고 있으나 여전히 파업의 배경과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데는 부족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파업보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의 글을 싣는다.질타만 있을 뿐 성찰이 없다■ 민주노총이 바라본 공공부문 파업보도기간산업 파업 예고를 한 귀로 듣고 흘린 것은 정부만이 아니었다. 노조의 수 차례 회견, 세 차례 노동부 기자실 브리핑, 연인원 수십만 명의 집회는 '공공노조 파업 선언'이란 단발기사에 그쳤고, 파업 전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해결을 모색하는 깊이 있는 보도는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25일 새벽 4시 공동파업이 터졌지만 파업 직전 인쇄된 조간신문 대부분은 파업 가능성에 싣는 무게가 크지 않았고, 파업 이틀째 돼서야 파업관련 보도를 크게 다루기 시작했다. 26일치 '불법파업에 강력 대처하라'(동아) '파업과 원칙과 인내'(조선) '기차를 세워서는 안 된다'(중앙) '파업은 철회해야 한다'(경향)라는 파업 단골 사설은 다른 때에 비해 늦었다. 이를 두고 노동자들은 '언론이 파업 사전 공격 기회를 놓친 것'이라 평하기도 했다. 두 곳은 파업하지 않을 것이라 오판한 정부는 공동파업이 터지자 면피라도 하려는 듯 두 노총이 파업 안 하려는 노조를 부추겼다고 나왔다. 서운하다는 감정섞인 말도 안 되는 얘기였지만 언론도 맞장구쳤다. 길어야 30초 인터뷰에 그치던 관례를 깨고 방송뉴스는 이한동 총리 발표를 생중계하듯 했다. 신문은 '양대노총 끼어들어 사태 더욱 꼬여'(동아) '양노총 뛰어들어 춘투전초전'(조선) '양노총 춘투 위력시위'(경향) '국가기간산업 파업 능사인가'(대한매일)로 제목을 뽑았고 '김대통령의 레임덕을 염두에 둔 계산된 파업'(매경)이라 썼다. '외국에는 간통범죄가 없다'는 논리와 똑같은 '외국에는 불법파업이 없다'는 대통령 언급을 크게 다뤘으나 '노동 기본권 제한의 부끄러운 현실 고백'인 역설을 간파한 보도는 없었다. 구조조정 파업은 불법이란 대법원 판결 보도도 연장선에 있었다. 이번에도 물론 파업 단골 '교통 물류대란' '출퇴근길 전쟁터' '경제에 악영향'식 보도가 가장 많아서 일일이 거론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공공부문 파업은 실제로 대란을 일으키고 국민생활에 큰 불편을 주며 경제에 끼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이것을 보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파업보도 대부분을 차지하거나 과장하거나 한 발 더 나아가 파업의 정당함을 훼손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니 문제다.한편 때마침 터진 친일파 명단 발표까지 겹치면서 민영화와 관련한 신문 방송 태도가 뚜렷이 구별되는 양상도 나타났다. 몇몇 언론은 타결이냐 아니냐를 경마중계 하듯 하면서 파업의 최대 쟁점인 민영화 문제를 되도록 가라앉히려는 듯한 태도였다. 언론은 철도파업 타결 때부터 파업으로 얻은 게 뭐냐며 '민영화 대세론'을 적극 펼쳤다. '철도 민영화 시기상조 여야 거론할 자격있나'(매경) '민영화는 대세다'(동아) '정부, 발전 민영화 예정대로 추진…협상 불가'(조선)이라 썼다. '이유 있는 철도파업'으로 열악한 노동조건에 주목해 21세기 철도의 중요함을 지적했던 중앙일보는 민영화 문제에서는 '장사는 민간이 해야 한다'고 나섰다. KBS 9시뉴스는 26, 27일 '일, 한발씩 양보로 국철 민영화' '공공부문 민영화 어떻게 되나?'에 이어 3월3일 '공기업 민영화의 효과와 부작용'을 내보내, 우여곡절을 겪지만 후유증을 줄여 민영화하는 게 대세이고 좋다는 식으로 몰았다. 파업 열흘째를 맞는 발전파업이야 말로 민영화 반대, 발전소 매각철회 파업이다. 철도파업 보도 뒤 관심을 낮춘 언론은 전력대란 우려, 파업 장기화, 조합원 5천명의 산개전, 정부의 초강경 태도에만 주목하고 있다. 전력 60%를 생산하는 5대 화력발전소를 미국 등 외국에 팔면 요금인상은 물론 캘리포니아 정전과 같은 전력난이 온다는 노조 주장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계산에서 나온 것이지만 여야 정치권도 발언하고 KBS 심야토론, EBS 난상토론도 잡혀 공론화된 철도 민영화 문제와 달리, 발전소 매각 문제는 한겨레를 빼고는 깊이 있는 분석이 없다. 그저 왜 빨리 끝내지 않느냐는 질타만 있을 뿐, 발전소를 미국자본에 팔아서 전기를 미국인한테 사서 써도 되는지 진지하게 묻는 언론인은 보이지 않는다.-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언론노보 324호(2002. 3. 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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