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민실위]민주당 경선 보도 제주·울산을 시작으로 민주당의 국민경선이 막을 올렸다. 민주당이 미국식 예비선거제를 본뜬 국민경선제를 도입할 때부터 이 제도는 기대와 동시에 '돈 선거'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갖게 했던 게 사실이다. 둘 중 어느 쪽에 강조점을 두는지에 따라 국민경선에 대한 신문의 논조는 확 달라진다. 문제는 정치자금 및 조직 동원 등 국민경선제가 수반하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들이 대안 제시는 않은 채 '트집'을 잡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개혁이 온 국민이 달성해야 할 한국사회의 최대 당면과제라는 것에 비춰, 이는 책임 있는 언론의 모습이 아니라는 게 민실위의 판단이다. 민주당의 제주 국민경선에서 조직 동원과 불법 정치자금이 뿌려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신문들은 일제히 사설을 통해 이를 개탄하는 목소리를 전했다. '조직 동원이 국민경선인가'(동아일보 2월28일치), '경선인가 동원인가'(조선일보 2월28일치), '제주 경선의 구태정치'(중앙일보 2월28일치 사설) 등이 그런 예들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국민경선 본연의 의미를 흐리는 구태를 준엄하게 꾸짖는 것은 언론 본연의 도리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지난 3월3일 민주당 김근태 고문은 2000년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서 중앙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돈 2억4천만원을 사용해 정치자금법을 어겼다고 '고백'했다. 그동안 국민경선에 대한 언론들의 태도가 '긍정과 부정의 혼재'라고 인정한다고 해도, 김 고문의 고백은 부정을 긍정으로 승화시키는 계기로 삼았어야 한다. 하지만 아니었다. 소모적인 정쟁으로 둔갑시키는 언론은 큰 일조를 하고 말았다. <조선일보>는 7일치 사설에서 '돈가스 게이트'란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김 고문의 고백을 권노갑씨의 돈출처와 관련한 게이트의 일부로 처리했다. <동아일보>도 6일치 사설에서 '권노갑씨 고해성사 하라'고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3월5일치 1면과 3면의 주요기사로 '권노갑 전 고문 불법 정치자금 제공'을 내세웠다. 6일치에는 1면 머릿기사를 포함해 4개 지면에 걸쳐 '권씨 정치자금 살포 돈 받은 후보 출처 밝혀야' '부인 식당서 얼마나 번다고' 등의 기사를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5일치 1면 머릿기사로 `권노갑씨 돈출처 논란 확산'을 보도했고, 6일과 7일에도 '여야 정치자금 공방 확산' 등의 기사를 주요하게 보도했다. <한겨레>의 경우 1, 2판에서는 김 고문의 '고해성사' 보도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5면에 2단 기사로 짤막하게 처리돼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시내판에서는 1면에 등장했지만, 김 고문의 고백을 불법 정치자금을 의제화시키고 이를 제도적 개혁으로 이끌어낸다는 문제의식이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것은 대한매일이다. 이 신문은 7일치 '정치자금 모두 밝혀보자'는 사설에서 "많은 정치인이 불법 정치자금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폭로전은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차원을 한 단계 높여 정치자금 문제를 본질적으로 푸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날 1면에는 참여연대 등이 연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 긴급토론회'를 자세히 보도했다. '불법정치자금 모두 고백하자'는 중앙일보 5일치 사설도 눈에 띈다. 2002년 3월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