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제 고문이 26일과 27일 선거운동까지 중단한 채 대선후보 경선에서 중도하차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자 신문들은 일제히 "판이 깨질 것"을 우려하면서도 엇갈린 분석과 전망을 내놓았다.27일자 석간과 28일자 조간의 사설을 살펴보면 대부분 이인제 후보의 책임을 거론하며 경선이 무산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경선은) 집권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이다. 끝까지 잘 치를 수 있는 방법을 협의해봐야 한다"(문화-민주당 경선 와해되나), "(이인제씨가) 판을 깨는 결정을 한다면 그 무거운 책임으로부터 풀려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한겨레-이인제씨의 선택), "만약 이 후보가 명분도 없이 패배가 두려워 도중하차한다면…본인에게도 일대 정치적 재앙이 될 것이다."(세계-이인제 후보의 선택), "(이 후보 진영은) 결자해지의 입장에서 경선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대한매일-국민경선 좌초 안된다), "민주당 경선이 모처럼 우리 정치수준을 한 단계 올리는 정치실험이라는 점에서 이 후보가 판을 깨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충고다."(한국-민주당 경선은 계속돼야), "지금까지 드러난 주변 정황이나 의혹만으로는 음모론을 분명하게 입증하는 실체적 근거가 될 수 없으며 따라서 경선 포기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는 약하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경향-위기맞은 여 국민경선)그러나 중앙 사설 `경선 드라마 끝내나'의 논조에는 다소 차이가 느껴진다. 경선 무산 위기에 대한 안타까움보다는 실망과 개탄을 앞세운다. 이 고문의 고민과 저울질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견해를 표시하기는 하나, 상대적으로 질타의 강도는 약하고 공감을 표시하는 인상마저 느껴진다.조선은 `민주경선 이렇게 막 내리나'는 제목의 사설에서 "음모설이 사실이라면 이번 경선은 스스로 의미를 상실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어 2위 후보가 선두 후보에게 완주를 호소하는 상황을 기이하다고 말한 뒤 "경선 레이스가 한창 남았음에도 앞날에 대해 어떻게 이러한 예단이 가능한가도 궁금한 대목"이라며 의혹 부분에 무게를 실었다.경선이 시작됐을 때부터 흔들기와 딴죽걸기를 시도해왔다는 혐의를 받아온 동아는 한 발짝 더 나아가 경선 실패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동아는 `여섯 걸음에 발병난 국민경선제'란 제목 아래 "이 후보의 경선 포기 여부를 떠나 민주당의 국민경선제는 이제 파행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모처럼 국민적 관심을 얻은 정치실험이 중도에 무산되는 것은 좁은 땅과 지역색의 한계를 넘지 못한 유감스런 결과"라고 주장했다.유난히 민주당 정권에 비판적인 경향을 보여온 독과점적 신문들이 유독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신문과 구별되는 논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쉽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특정후보나 정당에 대한 공개지지가 허용돼 있지 않은 현실에서 교묘한 편들기나 흠집내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더욱 큰 문제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녀야 할 일반기사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이다. 반대로 한겨레, 경향신문, 대한매일 등이 칼럼과 만평, 기사 제목 등에서 노무현 후보를 편드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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