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외롭게 싸우는 동지들과 함께 해야서울 하늘을 온통 누렇게 덮고 있는 황사가 교육실까지 날아든다. 발전소 민영화를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명동성당에서 벌이는 투쟁소식도 들린다.지난달 16∼18일 서울 숭실대에서 열린 제2차 민주노총 교육활동가 교육은 황사처럼 우리사회를 휘감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투쟁속에 열렸다. 2박3일을 보내야할 교육일정표에 눈이 머문다. 모처럼 전국 현장에서 교육활동가들이 어렵게 모인 자리인터라 조금이라도 더 배워주려는 듯 빽빽하다.아니나 다를까 교육이 진행되면서 여기저기서 허덕이는(?) 모습이 보인다. 하기야 오랜만에 받는 교육인데다 딱딱한 의자에서 몇 시간을 보내는 일이 녹녹한 일이겠는가. 누군가의 바람처럼 잔디운동장이 있는 강변 연수원에서 교육받는 날은 언제쯤일까.힘든 일정이지만 끝까지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서 성실한 노동과 정당한 대가로 살아온 노동자들의 건강한 모습이 배여 있음을 느낀다. 오랜만에 해보는 공부에 정세와 교육기법, 실습 과정으로 이어진 교육내용을 솜처럼 빨아들이느라 둔해진 머리가 고생 깨나 했다.하지만 교육내용보다 더 여운을 남기는 것은 역시 현장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모습들.2만명 넘는 조합원에 수많은 상근자가 있는 노동조합도 있지만 여전히 소규모 사업장 노동조합이 겪는 어려움은 ‘노동후진국’다운 모습들이다. 노동조합 사무실마저 확보하지 못한 채 사측의 탄압에 맞서 싸우고 있는 전남의 한 노동조합이나 노골적인 노동조합 와해공작속에 외롭게 싸우고있는 소규모 호텔 노동조합 위원장의 모습은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말해준다.또 언론노동자로서 사회 기득권과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온 삶에 대한 각성을 요구한다. 언론노조가 2000년 11월 산별노조로 전환하지 1년이 넘었지만 산별노조다운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산별 전환이 각 사업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언론개혁과 사회민주화, 통일이라는 우리시대 염원을 이루는데 힘이 되리라는 기대는 너무도 허무했다.미국이 소수 자본이익을 대변하는 전쟁놀음을 확대하고 노동자를 옥죄이는 신자유주의 세계자본논리가 이 땅 민중을 위협하는 현실속에서도 언론노조는 내부갈등에 허덕이고 조합원들의 참여는 저조했고 지방언론노조는 여전히 변두리였다. 여기에다 잇따라 드러난 언론인 비리까지….언론의 관심 밖에서 지지세력이나 기득권도 없이 노동해방과 민중 생존권을 위해 싸우는 전국 노동조합 동지들에게 올해는 언론노조가 화답해야 할 때다.메케한 황사 가득한 서울하늘 아래서 받은 짧은 교육동안 노동 동지들이 남긴 교훈이다.- 김효철 (제민일보지부 기획부장)/ 언론노보 326호(2002. 4. 3)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