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동지들을 찾아서 - 서울경인지역인쇄지부소규모 영세노동자들의 굳건한 버팀목근로기준법 완전적용을 위한 사회운동 겸해상경투쟁 조광조합원들 인쇄지부 사무실서 새우잠서울 중구 을지로, 충무로, 명동 일대는 좁은 골목들 사이로 소규모인쇄소들과 관련 업체들이 빼곡이 들어찬 곳이다.그속에 밤늦도록 울리는 인쇄기계 소리와는 달리 소리없이 밤늦게까지 불켜진 사무실이 있다. 4대보험 사각지대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인쇄인들의 공부하고 쉬는 곳, 바로 서울경인지역인쇄지부 사무실이다. 지부는 지난 88년 1월에 서울지역인쇄노동조합이라는 지역노조로 출발해 인쇄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10년 넘도록 인쇄 거리를 지켜가고 있다.최영현 인쇄지부 위원장은 "인쇄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적은 사업장 규모로 노조 건설이 상당히 어려운 편이고 힘이 없기 때문에 단위가 큰 지역노조 설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어지는 최 위원장의 인쇄노조 역사에 대한 서술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민주노조의 구심을 업종과 지역을 중심으로 세웠던 노동운동 역사의 축소판이다."설립 당시 3달 넘게 투쟁을 통해 노조의 합법성을 쟁취했다. 90년, 91년 사업주와 단협체결 투쟁, 95년 4인이하 사업장 근기법 전면 적용 시행령 개정투쟁, 그리고 99년 IMF로 인한 실업 극복을 위한 취업알선센터 및 기술학교 설립 활동 등을 전개해왔다".현재 조합원 50여명에 상근자 4명. 주머니 돈을 털어주는 선배들이나 자체 재정확충을 위한 인쇄대행 사업을 꾸리지 않으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노조활동을 해야하는 상근자 월급을 맞추기도 어려운 실정이지만 '사회운동적' 성격이 강한 지역노조일을 하는 이들의 자긍심은 지부를 든든히 하는 기둥이다. 그렇기에 근로기준법 완전적용을 위한 사회적 활동과 무료취업 알선센터뿐 아니라 문화 소모임, 가족이 함께하는 DVD영화 무료상영등 조합원들의 쉼터 역할까지 할 수 있다.최근 인쇄지부 사무실은 예전보다 훨씬 늦게야 불이 꺼진다. 같은 언론노조 소속 조광출판지부 조합원들의 상경투쟁 숙소가 이곳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인쇄골목으로 향하는 이들의 등 너머로 비치는 불빛을 보며 연대의 정신을 살려 활동해온 인쇄노조의 경험들이 언론산별노조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주춧돌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언론노보 326호(2002. 4. 3)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