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단체협약 대대적 개악 위기■ KBS단체협약 무엇이 문제인가노조전임자 유급휴가제 복지기금 등 축소사측 감사원 핑계삼아 복지제도 퇴행 요구MBC 연합뉴스 등 파장 커 총력투쟁 필요KBS가 올 단체협약 갱신에서도 노사 자율교섭은 뒤로한채 기획예산처와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핑계로 노조 전임자와 유급휴가제 축소 등 복지제도 전반에 걸친 개악을 요구했다. 이들 제도는 단협사항이긴 하지만 임금성격이 짙어 결국 대대적인 임금삭감 요구다. 만약 KBS본부가 사측에 밀려 복지제도 축소쪽으로 합의할 경우 YTN, MBC, 연합뉴스 등 공적기관의 성격을 띤 언론사에 그 파장이 직접 미칠 것으로 보인다. KBS 사측이 요구한 개악안을 조목조목 따져본다. 한편 KBS는 이 밖에도 차장급 직원의 노조가입 제한 등 전반적인 개악안을 들고 나와 올 단체협상에 진통이 예상된다. KBS 노사는 3개월 유보조항까지 포함해 지난 31일로 만료된 단협 효력에 대해 현재의 교섭이 진행되는 동안은 노사일방이 효력정지를 행정기관에 통보하지 않기로 했다. 노조전임자 과다운영KBS는 지난 95년 재경부가 제시한 조합원 7백명당 1인의 노조 전임자 인정 지침에 근거해 현 KBS본부의 전임자 25명이 많아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제부터 우리나라 재경부가 노동부와 헌법기능의 일부를 관장했는지 궁금하다. 헌법 정신에 따르면 노조 전임자는 해당 기관의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할 문제이지 경제부처가 간섭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KBS처럼 국가 공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91년 대법원은 제물포버스노조사건에서 "전임자 임금이 노조의 적극적인 요구와 투쟁으로 얻어진 것이라면 급여지급 때문에 조합의 자주성이 저해될 위험은 거의 없다"며 전임자 문제에서 노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96년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조 전임자는 조합원 183명당 1명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한국의 전임자 1인당 조합원 수가 일본 430명(88년), 미국 800∼1000명(86년)에 비해 많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독일은 일부 유급활동을 벌일 수 있는 노조 신임자를 조합원 30명당 1명씩 두고 있다. 영국도 조합원 20명당 직장위원 1명을 정해 근무시간 중 유급으로 노조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나라들은 대부분 단체협약으로 전임자 수를 늘일 수 있다. 결국 노조 전임자는 노사 자율교섭의 결과이지 행정부가 정한 지침으로 확정될 수 없다.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문제KBS와 감사원은 법상 사내근로복지기금은 법인세 차감전 순이익의 5%를 기준으로 출연토록 돼 있으나 현재 더 많은 금액을 출연하고 있어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내근로복지기금법 제13조 1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지난해 법인세 차감전 순이익의 5%를 기준으로 기금을 조성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5%'는 기준일 뿐 초과출연에 대한 제재조항은 없다. 실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출연하지 않는 사업주가 대부분이다. 노조가 아예 출연조차 않는 사업주를 처벌하라고 요구하면 정부는 "출연이 강제조항이 아니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이 조항은 하나의 기준일 뿐 과다·과소 출연에 대한 강제조항이 아니다. 한편 법 제13조 2항에는 "1항의 출연 외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기타 재산을 출연할 수 있다"고 초과 출연할 수 있도록 명문규정을 두고 있다. 감사원은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많이 출연한 사업주를 문책할 것이 아니라 강제조항이 아니라고 출연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사업주에 대한 관리감독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자율근로제 도입KBS는 시간외수당 등 제수당 제도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재량근로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지정근무제 등을 포함한 자율근로제를 내세웠다. 회사는 그 근거로 근기법 제50조(탄력적 근로시간제), 제51조(선택적 근로시간제), 제56조(근로시간 계산의 특례) 등을 들고 있다. 세 조항은 모두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해야 실시할 수 있다. 결국 KBS본부가 사측의 자율근로제를 거부하면 그만이다. KBS는 그럼 왜 자율근로제를 주장하는가. 간단히 말해 시간외 근무수당을 적게 주기위해 자율근로제를 내세우고 있다. 직원들이 원하는 시간에 자율적으로 근무하는 제도라고 하지만 사실은 의무근무시간대(Core Time)를 설정하고 있다. 의무근무시간대는 업무량이 집중되는 시간으로 직원들의 생체리듬과는 상관없이 회사의 필요에 따라 책정돼 있다. 교대근무와 잔업 및 철야근무가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방송사에서 늘어나는 수당을 근로기준법보다 적게 지급하려는 편법에 불과하다. 사측 자료에 따르면 KBS는 현재에도 근기법 상 근로시간 계산의 특례를 적용해 시간외 근무수당을 법정기준보다 적게 주고 있다.(자율근로제 도입안 11쪽) KBS는 지난해 158억원을 시간외수당으로 지급했으며 이는 법정기준의 약 65%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자율근로제를 도입해 시간외근무를 줄여 단위시간당 노동강도를 높여 초과근로의 발생 자체를 억제하려 하는 것이다. 학자금, 주택자금 지원 감사원과 KBS는 대학생자녀의 학자금 무상지원을 융자로 변경하고 주택자금 융자에 대한 이자율을 시중은행 금리로 상향조정하라고 기획예산처를 통해 압박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2000년 퇴직금 누진제, 유급휴가제, 학자금 주택자금 등 복지제도에 대한 경영현신 미흡기관에 대해 2001년 예산배정을 유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노조인 민주노총 공공연맹, 보건의료노조, 사무금융노련은 "기획예산처가 예산권을 남용해 노동조합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수차례 대중집회를 통해 철회를 요구해왔다. 기획예산처는 그 근거로 "기획예산처장관은 예산배정요구서와 월별자금계획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예산회계법 제35조 2항을 들고 있다. 그러나 위 조항은 사업집행의 적절성과 재정운용의 충실을 기하기 위한 규정이지 이미 책정된 예산의 집행을 장관이 임의유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정부는 기획예산처의 경영혁신 지침이 이들 공기업 노조의 단체협약과 충돌하는 상황에서 정부지침만을 우위에 있다고 일방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일상적인 노동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낳아 헌법정신을 훼손할 소지마저 높다. 이는 지침의 내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침은 단순한 예산운영의 문제만 지적한 것이 아니라 계약직 확대, 연봉제 확대도입 등 법상 근거조차 없는 내용까지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기획예산처의 지침은 기관 운영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지 단체교섭의 대상은 아니다. 본부장 임면에 대한 합의제감사원은 KBS노사가 본부장 임면시 노조의 신임투표를 거치도록 한 것이 방송법 제50조의 사장의 고유한 인사권을 훼손했다며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본부장에 대한 신임투표는 공정방송을 구현하려는 최소한의 장치이다. 개국이래 수없이 반복되고 있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막고 공영방송의 입지를 확보해 공공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도입된 합의제를 인사권 침해라고 강변하는 것은 스스로 공영방송을 포기하려는 태도다. 감사원은 KBS가 집권여당의 소유물이 아니라 KBS에 종사하는 전직원과 4천만 전국민의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감사원은 인사권 침해를 논하기 전에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의도부터 막아야 한다. 한편 KBS본부는 지난달 25일 성명을 통해 "공영방송 경영에 대한 감사원의 월권적 간섭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 언론노보 326호(2002. 4. 3) 3면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