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 인쇄노조 결성

중앙일보 공문보내 방해


중앙신문인쇄노동조합(위원장 조남영)이 지난 9일 우여곡절 끝에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중앙신문인쇄노조는 지난 3일 조합원 21명의 발기로 결성하여 5일 서울 중구청에 접수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 "노조만 설립하지 않으면 근로자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겠다"며 개별면담을 통한 회유공작을 벌였다.
더구나 중앙일보는 금창태 사장 명의의 공문을 중구청에 보내 "현재 인쇄법인은 중앙기획과 동양기획 두 개로 나뉘어 중앙일보와 무관하다"며 "'중앙일보' 상호를 조합명칭에 포함시키는 것은 불가하다"는 이의를 제기했다.
중구청은 7일 갑자기 "두 개 법인에 하나의 노조는 불가능하다"며 태도를 돌변했으나 언론노련이 동아일보의 사례(동아종합인쇄·안산동아 2개 법인 동일노조)를 제시하며 항의했다. 중구청은 현 신고서 취하와 동시에 새로운 설립신고서를 접수하면 당일 신고증을 교부해주겠다고 중재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언론노련은 중재안이 부당하다고 판단, 9일 새벽 임시총회에서 노조명칭 개정안을 상정, 통과시킨 후 중구청에 이를 접수해 결국 9일 오후 5시35분에 '중앙신문인쇄노조' 명의의 노조가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노련은 중구청의 노조설립 신고증 교부 지연에 항의하기 위해 이날 오전 9시부터 조합원들과 함께 중구청에 진을 치는 웃지 못할 희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언론노련 관계자는 "언론사들이 인쇄부문을 떼어낸 뒤 노조설립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명칭까지 문제삼은 것은 치졸한 이중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삼성과 분리했다는 중앙일보가 노조설립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것을 보면 여전히 삼성식 경영의 잔재가 남아있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 언론노보 283호(2000.6.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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