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문제 피할 수 없다! 지상파3사 해결에 나서라!
방송사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숨기려 하지 말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말 지상파방송사들의 재허가 조건으로 제시한 방송사 비정규직 인력 현황 및 근로실태 파악을 위한 자료 제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재허가를 받은 21개 지상파방송사업장(162개 방송국)은 오는 4월 말까지 지난 3년간 비정규직 현황 보고 및 비정규직 처우 개선 방안 마련과 이행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제 지상파 방송사가 실천으로 답해야 할 시점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4월 27일부터 지상파 방송3사(KBS, MBC, SBS)에 대해 비정규직 근로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최근 잇따른 방송사 비정규직 관련 판결과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은 지상파 방송사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어떻게 이렇게까지 방치하고 외면해 왔는지를 묻는 것이다. 방송사 비정규직의 억울함을 알리고 문제 해결을 원했던 故 이재학 PD의 외침은 방송사 내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렸다. 청주방송 실태조사 및 근로감독으로 프리랜서 노동자 21명 중 12명이 노동자였음을 고용노동부가 인정했다. 故 이재학 PD의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2심 판결은 5월13일로 예정되어 있다. 또 방송작가 역시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자가 맞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나는 등 실질적인 노동자임을 말해주는 판정과 판결이 줄을 잇고 있다.
뉴스, 지식과 정보 제공, 즐거운 오락 등 각종 콘텐츠 제작 현장의 이면에 비정규직의 피와 땀이 있지만 방송사는 외면하기 급급했다. 방송사는 스스로 피와 땀, 열정과 혼신을 담은 콘텐츠라고 강조하지만 그 컨텐츠 역시 비정규직의 노동 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미디어 연구자를 비롯한 언론노동단체에서는 방송사를 비정규직 백화점이라고 지적한다. 방송사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관련 연구에 따르면 공공부문 방송사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절반 이상이 최저 임금(월 평균 180.3만원)에 못 미치고 있으며, 심각한 고용 불안 문제를 겪고 있다. 심지어 청년·여성 비정규직과 프리랜서를 착취해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사각지대’라고 즐겨 사용하는 멘트 속에 방송사 스스로가 비정규직 사각지대가 아니었는지 자문해야 한다.
현 시점을 방송계에 만연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가 비정규직 실태조사 등을 제대로 집행하는지 철저하게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 비정규직 통계조차 내지 못하는 방통위가 돼서는 안 되다. 근로감독 제도 시행 이후 최초로 지상파 방송 3사에 대한 동시 비정규직 실태조사와 근로감독을 시작한 고용노동부 역시 그동안 방치해 온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실태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 방송사들은 더 이상 비정규직 문제를 방치하거나 회피해서는 안된다. 이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윤창현)이 오는 5월1일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자는 노동절을 맞는 자세는 남다르다. 공영언론 지배구조 개선과 신문법 개정 등 4대 입법 쟁취 투쟁과 함께 미디어산업내 비정규 문제 해결 역시 시급한 과제임을 강조한다. 언론자유와 마찬가지로 노동의 권리 역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싸워야 쟁취할 수 있다. 언론노조는 방송사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찾고 투쟁하는 길에 함께 하겠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