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억지’로 시작해 ‘억지’로 끝난 KBS 보궐이사 추천
대통령은 부적격자 임명 거부해야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늘 서정욱 변호사를 KBS 보궐이사에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이제 대통령의 임명 절차만 남았다. ‘막말러 경연대회’로 전락한 이번 KBS 보궐이사 추천 과정에 대해 언론노조와 KBS구성원들, 시민사회는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의 자질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고, ‘정당 추천’은 위법한 관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헌-이동욱-서정욱 순으로 진행된 자유한국당의 억지 추천은 계속됐고 억지로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가 통상적인 이사 선임과 같이 공모와 시민참여검증에 나서라는 정당한 요구는 묵살됐다.
심각한 것은 이 억지 상황에 대한 방통위의 인식 수준이다. 방통위는 오늘 회의에 앞서 “법 어디에도 정당 추천이라고 명시된 대목은 없다”며 “KBS 이사는 방통위원 추천을 거쳐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고 강조한 후 해당 안건을 비공개에 부쳤다고 한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방통위 관계자는 “언론 등에서 정당 추천이란 표현을 쓰다 보니 이 표현이 굳어진 것 같은데 법상 KBS이사는 방통위 추천을 거쳐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김석진 부위원장이 추천해서 논의를 거친 것으로 직접 ‘자유한국당 추천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단다. 자유한국당에 버금가는 억지 주장이다.
서정욱 변호사를 추천한 김석진 방통위 부위원장은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임명됐다. 심지어 국회 과방위 소속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방통위가 또 다시 폭거를 저질렀다. ‘야권 몫’인 KBS 보궐이사 후보를 연거푸 퇴짜 놓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헌-이동욱-서정욱 씨를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방통위는 부위원장이 추천했으니 자유한국당 추천이 아니라고 한다. 관행을 거스르지 못했다고, 정치적으로 이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는 편이 나을 뻔했다.
위법한 관행을 스스로 바로잡지 못하는 방통위의 억지 결정과 자유한국당의 집요한 공영방송 개입 시도에 대해 대통령은 결단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야당과 각 세우는 일이 바람직하지 않다거나, 그간 대통령이 방통위의 추천을 거부한 적이 없다는 해명은 예상 답안이다.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폐기 처분된 약속이 아니길 바란다. (끝)
2020년 2월 1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