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우두마육(牛頭馬肉)도 정도껏 하시라!
확실히 하자. 요즘같이 모든 사안에 대해 정치적 논쟁이 이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오늘(15일) 오후 일정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다. KBS에 대한 국정감사가 아니다.
그런데도, 국회 과방위는 KBS사장에게 출석을 요구한 데 이어, KBS사장이 불참 의사를 밝히자, 이를 주도한 자유한국당 소속 과방위원들은 기자회견을 하고, 성명서까지 내면서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과방위원들의 저의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KBS의 시사기획 ‘창’ 프로그램 재방송 여부에 청와대와 사측이 개입했다는 정치적 공세를 하기 위해서란 걸 우리가 왜 모르겠나? 그래서, 과거 박근혜 정부 때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이 KBS의 세월호 보도를 막기 위해 ‘방송법’을 위반해 유죄를 받은 것 같은 ‘보도 개입’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횡횡하고 있다는 공격을 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KBS 사장이 전례도 없이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하게 되면, 자유한국당 소속 과방위원들은 청와대 압력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만 KBS사장에게 질의를 하게 될 것이고, 지리한 논쟁이 이어지게 될 게 뻔한데, 이걸 과연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라고 할 수 있나!
KBS의 방송과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곧 있을 국정감사에서 하면 된다. 그러라고 있는 게 국정감사다. 소고기를 판다고 알려놓고, 말고기를 파는 건 안 된다.
그리고, 2019년 지금의 방송통신위원회가 그렇게 현안이 없는 곳인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논쟁이 이는 공영방송 KBS, MBC, EBS의 지배구조에서 어떻게 정치권의 개입을 최소화할 것인지, 통신 및 글로벌미디어기업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진 상황에서 방송의 공적 역할을 어떻게 실현하고 지원할 것인지, 변화한 미디어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미디어 규제와 진흥 체계는 무엇인지,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참여와 권익을 어떻게 증진할 것인지, 종편에 대한 특혜와 지상파 차별 규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등 현안과 과제가 산적한 곳이다.
그런데도, 방통위 업무보고에서 ‘청와대가 KBS 방송에 외압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먼저 따져 묻겠다는 것은 국회 과방위의 ‘직무 유기’에 지나지 않는다.
또, 이미 자유한국당은 이 사안에 대해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검찰에 고발했다. 곧 수사가 진행될 것이다. 그런데도, 국회 ‘방통위 업무보고’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미리 확인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수사 지시’로 보일 여지가 크다는 것을 왜 정작 당사자들만 모를까? 박근혜 정권 시절 권력의 언론장악 시도와 방송개입에 자유한국당이 이처럼 행동했는지 되물을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자유한국당의 미디어특별위원회의 편향적인 인적 구성부터, 공영방송 KBS를 둘러싼 이 소란까지 모두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자유한국당의 전략이라고 규정한다. 언론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훼손하고, 자신들의 욕구를 힘으로 관철시키려는 꼼수라는 점에서 우리는 분노한다. 자유한국당이 공영언론사 사장을 출석시켜 외압여부를 묻겠다는 발상에 그 어떤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지난 10년간 자행했던 언론장악의 악몽을 떠올리게 된다. 정치권은 언론에서 손을 떼라. 언론장악의 주범 자유한국당은 반성부터 시작하라.
2019년 7월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